임금님 헛소리(26)--- 여름속으로 봄날은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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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05-07 04:21 조회5,891회 댓글1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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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산제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노래에 봄날은간다
달포전에 뉴욕의 변덕스런 춘래춘사춘 봄을 나의 헛소리 마당에 올려놓고
원망도 했는데 벌써 오월이다. 정신없이 목련꽃들과 한무리의 꽃잔치가 동네
마다 지나가고 나니 가끔씩은 에어컨을 켜야만 하는 날도 더러 있지만 아직은
어느 날은 찬공기도 짓뿌리기도 하니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방정맞은 오월이다.
아직도 텃밭에 뿌려 놓은 씨앗이 상추와 몇가지를 제외하곤 땅속에서 아직도 뭘
생각하는지 꾸물거리면서 나오지 않은 놈도 있고 나왔더라도 겨우 떡잎 두장만
안고 있는 놈이 있는 판에 벌써 5월의 절기로 쑤우욱 들어섰다.
오늘이 5월 5일 벌써 여름이 선다는 입하, 싹조차 튀우지 못한 씨앗 마냥 또 속절
없이 봄날이 가는구나. 왠지 만끽하지 못한 봄이 아쉽기만 한 가운데 벌써 오월이라니 !
희랍신화에 등장하는 성장의 여신 마이아(Maia)가 오월(May)의 뿌리라는데
마이아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신 아틀라스와 아카디아의 킬리니산에 살던
요정 플레이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일곱 딸들 중 맏딸, 자매들 중 그녀가 제일
예뻐 1년 열두 달 중 가장 아름다운 5월에 그녀의 이름을 붙인 것 같이 맏딸
시집보낼 때 처럼 시원섭섭함이 함께 묻어나는 달이기도 하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正午)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라고 시인 노천명도 읊지 않았던가! 사는 게 무색하고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옛날이 추억범벅으로 생각 나는 법. 아직은 바깥의 “겡제가 우떻고 사는게
저떻고 장사가 거석하다고 “하는 푸념섞인 노래만이 들리는 듯 하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만이 귓가에 들려온다고?....
그래, 누구는 그런 시절이 없었으랴. 지금도 내고향에 청보리밭이 있는지
모르지겠지만 하늘로 솟구치는 종달새가 무어라고 울부짖는지 귀를 쫑곳세워
보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하이든의 현악 4중주 D장조에 ‘종달새’가 어쩌고
저쩌고 .하늘[天]을 향해 울부짖어[叫] 알린다 [告]고 해서 규천자(叫天子)
또는 고천자(告天子)라고도 불린다는 종달새가 어쩌고 저쩌고 한다해도 파란
청보리 물결 대신 먹고 사는 걱정이 더 많이 밀려오는 지금은 5월의 맑은 하늘에
종달새가 높이 솟아오르는 것은 산 경사면에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어 생기는
상승기류를 타기 때문이라는 어줍짢은 과학상식만 떠오른다.
5월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기에, 등록 마감을 앞두고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면서 못난 자신의 가슴이나 두드리고 있는 아버지도,
멕시코 돼지독감 때문에 따가운 눈총과 함께 추방 위협까지 느끼고 있는 미국
내 멕시칸 불법 체류자들은 봄날의 아지랑이만큼 어질어질 흔들리며 더 열 받칠
수도 있다 .
.
그럴때면 쐬주 한병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가까운 공원에라도 가서 MP3
플레이어로 ‘봄날은 간다’나 들어 봄이 어떠리! 쥐어 짜듯 절규하는 한영애류가
좋을까 아니면 좋은 세상 다 살았다는 듯이 한숨으로 흐느적거리는 비슷한
연배의 장사익류가 좋을까?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詩깨나 일필휘지하는 시백들이 이 봄날을 한결같이 아쉬워 한 걸 보면 떠나는
봄날이 아쉽긴 아쉬운가 보다. 하나같이 떠나는 봄만 아쉬워 했지 더 뜨겁게
익어가는 여름으로 진입하는 축하주는 한잔 부어주지 않는구나.
그래 마냥 잔인한 달로만 치부해야만 속이 쉬원하단 말인가.
좋다.그런 가운데에도 봄날은 간다.
훈련병의 국방부시계처럼 !
잘가라.봄이여.
청포도가 알알이 익어 갈 여름 속으로 !
보소보소
천재 시백들아
와일 쌓소 !
떠나가는 봄이 와 우때서 !
봄날은 간다/기형도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에 말려 둥글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時着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려드는 대낮
신작로 위에는 흙먼지, 더러운 비닐들
빈 들판에 꽂혀 있는 저 희미한 연기들은
어느 쓸쓸한 풀잎의 자손들일까
밤마다 숱한 나무젓가락들은 두 쪽으로 갈라지고
사내들은 화투패마냥 모여들어 또 그렇게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간다
여자가 속옷을 헹구는 시냇가엔
하룻밤새 없어져버린 풀꽃들
다시 흘러들어온 것들의 人事
흐린 알전구 아래 엉망으로 취한 군인은
몇 해 전 누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여자는
자신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몇 번인가 아이를 지울 때 그랬듯이
습관적으로 주르르 눈물을 흘릴 뿐
끌어안은 무릎 사이에서
추억은 내용물 없이 떠오르고
小邑은 무서우리만치 고요하다, 누구일까
세숫대야 속에 삶은 달걀처럼 잠긴 얼굴은
봄날이 가면 그뿐
宿醉는 몇 장 紙錢 속에 구겨지는데
몇 개의 언덕을 넘어야 저 흙먼지들은
굳은 땅 속으로 하나둘 섞여들는지
어느 날 들판 한가운데
살구나무에다 돛을 만들어 달고 떠나려는
한 척의 커다란 범선을 보았다
살구꽃을 피우던 그가 거기 타고 있을 것 같았다
멀리까지 보리밭이 파도로 넘실거리고 있었다
저 배 위에 나도 훌쩍 몸을 실어야 하나
살구꽃이 땅에 흰 보자기를 다 펼쳐놓을 때까지
나는 떠나가는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낯선 도시 노래방에서 봄날은 간다 당신과 함께 봄날은 간다 달이 뜬 새벽
네시 당신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봄날은 간다 맥주를 마시며 봄날은 간다
서울은 머얼다 손님 없는 노래방에서 봄날은 간다 달이 뜬 거리도 간다 술에
취한 봄날은 간다 안개도 가고 왕십리도 가고 노래방도 간다 서울은 머얼다
당신은 가깝다 내 목에 두른 마후라도 간다 기차는 가지 않는다 나도 가지
않는다 봄날은 가고 당신은 가지 않는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해가 뜨면 같이 웃고 해가 지면 같이 울던 봄날은 간다 바람만 부는 봄날은 간다
글쟁이, 대학교수, 만성 떠돌이, 봄날은 간다 머리를 염색한 우울한 이론가,
봄날은 간다 당신은 남고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박분의 햇살아
연분홍 졸음 같은 낮술 마음 졸이던 소풍아
안타까움보다 더 광포한 세월아
시시껄렁이 나를 먹여살릴 때까지
스무 살에 부르던 투쟁가처럼 꽃이 핀다
그러나 꽃을 노래하지는 말아라
괴로운 건 꽃이 아니다
꽃을 가지고 싶은
꺾이기 쉬운
멍들어 가는
청춘이다
배가 속력을 늦춘다
제부도 앞바다 봄날 해질녘
꽃불.
바람섬 승봉성 이작섬 벌섬 동백섬
앞에 떠도는 꽃불 서로 먼저 건지려다
옆 섬에게 자리를 내주며 한 발 물러서는 것을 보노라면
마음결 한껏 성글어진다
인간들이 저리 정답게 노는 광경 본 게 언제지?
빗물 얼룩진 유리 훔치듯
눈을 훔치면
수평선이 섬들 사이로 홍옥 끈처럼 흘러 들어와
섬의 허리들을 가볍게 맨다
자 허리의 끈을 당겨라!
학처럼 날기 시작하는 섬들
쿵쿵대는 바다의 심장 박동
이 순간만은
신의 눈길과 인간의 눈길 가르기 힘들리
눈길 서로 헷갈릴까
인간의 눈을 잠시 시야 밖으로 밀어놓는다
바그다드의 미사일을 구경이나 하는 사이
벚꽃잎 흩날리며 봄날은 가고,
피투성이로 울부짖는
이라크 아이들의 슬픈 눈망울을
남의 일인 양 외면하는 사이,
무논에서 울어쌓는
개구리 소리에 봄날은 간다
천릿길을 삼보일배 하는 사이,
지렁이 낚시를 드리우는 연못 너머로
봄날은 간다. 달빛 같은 유령들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열사의 사막
티그리스 강변을 순찰하는 이방인의
하얀 웃음이 총부리를 겨누는 동안
봄날은 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무실마다
일상에 묻혀 졸다보면 어느새,
반전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이
꽃샘바람에 꽃잎처럼 이울고
댓글목록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여니
새들의 지절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아침은 참으로 상쾌하다.
친구의 소식을 들어서일까?
금윤이가 올려준
봄을 읊은 시들을 읽으면서
그 향취에 푹 빠져본다.
참 좋다.
맞아
그래서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가 보다.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랫만이구나 대규야.
1438지킴이로 항상 애쓰는 가운데
가족의 간호에도 힘들 줄 짐작한다.
그런 와중에도 구김살 한점없이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같구나.
고맙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요즘 친숙한 이름들이 다 오데 갔노 !
다시 이 지면이 와글와글 돌아와야 할텐데
많은 이름들이 보이질 않고 분위기도 거석해서
고민타가 다시 헛소리 한점 들고 왔긴 했는데-------.
한번은 지나가야만 하는 봄날을 아쉬워말고
더 익어가는 여름으로 진입하는거라고
떠들고 싶어 헛소리 한마디 했다네.
혼자만의 독백이 아니고
주고 받는 대화의 사랑방을
난 항상 염원하는 바
대화나 댓글없는 썰렁무대에
관심없는 나의 보따리 덜렁 하나 풀어 놓는게
난 아주 싫구나.
희망의 오월을 기대해 보고 싶다.
회장님의 댓글
회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지적이다.
이 홈피가 모든 친구들의 이야기 마당이 되어
웃어도 보고 한풀이도 해보고 지난날도 다시 한번더 되새겨보고,,,
정이 깊은 샘물처럼 운영돼었으면 얼마나 좋겠노!!
그래 희망의 오월을 기대해보자.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말이 말로서만
희망이 희망으로서만
60이라는 나이타령만으로서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냐하면 이곳이
대자보나 게시판이 아닌
시시콜콜 시끌벅적 주고받는
노변정담의 사랑방임을
나는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믿어도 될까 !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투명 옷을 입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우리 홈피에는
친구들이 항상 많이 있다네.
댓글이 달리지 않는다 하여
섭섭하게 생각 마시게.
이 나이가 되니
다들 편한 것만 찿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으이.
조회수를 보고
누가 다녀 갔는지
짐작을 해보면
조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과연
대박인
대규가
대인같은 풍모로다 !
오냐 그렇게라도
위안을 삼으마!
서성환님의 댓글
서성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모,
대박 말씀처럼 마음은 굴뚝같은데
손가락 까딱하기도 귀찮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밥도 안 묵는다.
모쪼록 섭섭해 말고 열심히 올리주서요
K-Y 화이팅!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싫고
밥도 안 묵다꼬 !
에나가 ?
그래도
통시는 가야 될낀대 !
잘 있제, 서대감 ?
차용원님의 댓글
차용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임금님 우리 손님중에 독산초교여자동기 박둘선님안부뭇더라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반갑다 오랫만이구나 .
고향지키느라 애쓰지. 죽하.
이웃집 둘선이는 나보다 한살이 더 많지 아마 !
울엄마가 젖이 부족해
내가 둘선이 엄마젖도 얻어 먹고 자랐다고
들은 걸 잊지 않고 있으니
둘선이 누나에게 내 대신 좀 고맙다고 좀 전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