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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평전(評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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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진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08-23 08:43 조회5,84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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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시고기 평전(評傳)

 

 

내가 그 과묵한 이웃과 산책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그가 항상 나의 얄팍한 상식에서 나오는 무익한 허풍에도 인내하며 경청해주기 때문이다.

휴식터의 의자에 앉았을 때, 오늘의 허풍은 우연히 “가시고기”로 시작되었다. 나는 마치 가시고기 전문가인 것처럼 떠들어댔다.  

“가시고기는 말이죠, 바다에 사는 어종인데요, 수컷이 집을 지어 놓으면 암컷이 거기에 산란을 한답니다. 그리고 암컷은 어디론가 떠나버리고, 5~7월경의 바다에서 수컷만이 남아서, 그 알이 부화할 때까지 지느러미로 새 물을 넣어주기 위해서 부지런히 부쳐주기도 하고 침입자를 격퇴시키며, 그 곁을 떠나지도 않습니다. 잘 먹지도 않으면서 온갖 정성을 다하여 알을 돌보다가 마침내 알이 부화하여 세상에 나올 때쯤에는 ‘어버지 가시고기’는 기진맥진하여 사력을 다해 보살피다가 마침내 쓰러져 죽게 되죠. 알에서 나온 새끼들은 또한 그 시신을 먹고 더욱 성장한답니다.” (라며 아는 체 떠들었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장광설을 무심하게 듣고 있던 그 이웃사람이 말하기를,

“그래도 가시고기는 나은 편이군요.” 라고 하였다.

“무슨 말씀이신지?”

그때 나는 화두의 해제와 같은 답을 들었다. 

“가시고기는 자식이 출생할 때까지만 보살피면 모든 게 끝나지만, 인간 가시고기는 이게 뭡니까? 인간의 아버지는 자식들이 성장하고, 결혼하고 또 손자를 놓을 때 까지도 계속 보살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참 기가 막힌 정답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다.

서양의 부모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그 동네는 아이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그 시기부터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이 기본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놈의 동방예의지국에서는 자식의 부모봉양은 점차 서구화되어가고,

부모의 자식 뒷바라지는 좀처럼 바뀌지 않을 뿐 아니라 더 연장되고 심화된다. (칭구들아 고생이 많제?)

형편만 되면 집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영어 가르친다며 어려서부터 해외연수를 시켜야 한다.

그뿐인가?

현재 나는 큰 딸의 배필을 구해야 하는 막중한 의무까지도 느끼고 있으니. . .

댓글목록

정진환님의 댓글

정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말로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근데 자식들 탓이 아니다
어른이 학교가 사회가 똑바로 키우지 못한
원죄때문에 인간 가시고기가 되야 되는기라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난이 자식에게  죄가 되는 세상"이라는 고원장의 말과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정사장의 말에 공감한다.
정말 요즘의 그런 사회구조와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에
분노를 느낄 때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식에대한
우리의 욕심이 과해서 그런 점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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