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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용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9-12 16:22 조회13,908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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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자리


                                                                                      죽하 차용원


추석이라고
온동네가 북적인다

고향가는 즐거운 사람들
고생하며 고향 오는 즐거운 사람들

그러나 나는
어쩐지 쓸쓸하다

어렸을 때는 추석이 오면
얼마나 즐거웠던가....

그러나 지금은
빈자리가 너무 많다

그리운 어머니의 빈자리
장가보낸 자식의 빈자리

보고싶은 손자 까지도 볼수  없다니

왜 이렇게도
올 추석에는 빈자리가 많은지....

댓글목록

차용원님의 댓글

차용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추 석  - 김 병종 서울대 교수 -


어머니..
이제 다시 추석입니다.

형제들은 모였지만 그러나 이곳에 당신은 계시지 않고
고향집 마당엔 잡풀만 우거져 있습니다.

키 큰 감나무도, 마당에 서걱대고 구르는 마른 잎도 쓸쓸하기만 합니다.

언젠가 추석날 밤 고향집 마루에 나와
앞산 위로 둥글게 떠오른 달을 보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기억하시나요?

그때 제게 "땅과 근본을 잊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바빠서 추석에 못 내려가겠다고 전화를 드렸던 어느 해에도
당신은 똑같은 얘기를 하셨습니다.

"에미는 잊어도 좋다. 하지만 땅과 근본을 잊을까 염려되는구나."


이제는 참으로 회한이 되어 남은 것이
바로 추석과 설에 한번씩 당신에게 가는 것마저 왜 그토록 인색했던가 하는 점입니다.

어머니와의 마지막 추석을 보내고 서둘러 상경하던 어느 날 아침이었지요.

찻길이 너무 고생스러워 이제는 내려오기 어려우니
내년에는 어머니께서 올라오시는 것이 좋겠다고 했을 때
차에 짐을 실어주시며 말씀하셨지요.

"내년 추석 얘기는 하지 말아라. 내가 집에 없을지도 모르는데..."

제가 물었지요.
"어딜 가시는데요?"

"아주 좋은 델 갈지 어떻게 알아..."

무심하게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그때 노안(老眼)의 주름가로 번지는 습기를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말씀처럼 이듬해 추석이 오기 전
당신은 늘 그리워한다고 하시던 그 곳, 이별 없고 눈물 없는 곳으로 떠나셨습니다.


어머니..

이제 돌아보니 저는 당신께서 그토록 잊지 말라고 당부하셨던
두 가지를 잊어버리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추석 때 내려오기를  그토록 원하셨던 것도 
어쩌면 토란국, 쑥국 끓여 주시면서  많이 먹으라고
아들, 딸, 손자들 등을 두드려 주고픈 때문만은 아니었다고 느끼게 됩니다.

아스팔트를 헤매다 돌아온 자식들에게
당신은 우리가 나서 자란 그 땅의 원리와 사람의 도리 같은 것을
추석 명절을 통해서나마 일깨워주고 싶었던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어머니..
올해도 저 앞산 위로는 추석 달이 밝게 떠오르겠지요.

그토록 방랑과 자유를 원하며 당신 곁을 떠났던 자식들은
이제 하나둘 돌아와 고향집 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버선발로 뛰어나와 맞아주시던 당신은 이제 이곳에 계시지 않습니다.

옛 삼한적으로부터 아슴하게 푸르던 하늘을 이고 있는 고향집 여기저기에서는
예나 다름없이 이름 모를 풀벌레와 날것들이 저희들끼리 뒤엉켜 있군요.

그 목숨붙이들이 생명의 기쁨으로 뒤엉켜 있는 땅을 바라보며
저는 새삼 당신이 바로 이 땅의 원초적 힘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고향집을 지키던 당신의 그 온후한 미소야말로
온갖 세월의 풍상과 슬픔을 곰삭여낸
이 나라의 어머니들만이 지닐 수 있는 미소였다는 것을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이제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는 그 미소가 말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어디 먼 발치에서나마 단 한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은 나의 어머니여...

김해영님의 댓글

김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제는 이 세상 어디에서도 다시 만날 수 없는 그 미소"는
  영윈히 내 가슴에 자리하고
 "아주 좋은 델" 가시어
 그  시름 다 털어낸 미소로 항상 우리에게
 기도하고 계시리.

cyw1666님의 댓글

cyw1666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김사장 백수의길이 험난하다던데....
자네는 종교의힘으로 즐겁게이겨내리라본다네
 댓글 감사하게 읽었네 감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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