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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 자의 이야기(황야의 은화 일 불 - 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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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08-06 13:27 조회11,208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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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은화 일 불(어느 산자의 이야기)


 

[나는 왜?]

난 어릴 때부터 자신이 인간인 것이 그렇게도 싫었다.

열 살을 넘기면서 나를 둘러싼 현상들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시간 나면 홀로 명상에 잠겨 생각되는 전부를 지우려 노력했다.

 

스스로 인간이기를 거부했기에,

나의 존재에 대한 물음은 항상 나와 함께 했고,

그것이 나를 베트남으로 초대하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황야의 은화 일불]

당시 본 서부영화 몽고메리 주연의<황야의 은화 일불>에

동전 하나가 한 형제의 생명을 살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죽고자 달려가는 전쟁터에 난 100원짜리 동전을 수십 개 바꿔

모든 주머니에 몇 개씩 담아 파레트 호(배 이름)에 승선 했다.

 

나의 모순 된 행동은 이상할 게 없다.

‘인간은 모순이요, 모순이 인간이다.’ 라는 생각을 늘 하니까.

 


[날치기 떼의 비상]

배 멀미에 대다수의 병사들은 갑판 위에서 주로 생활하게 되었고,

간혹 멀리 날치기 떼의 환상적인 은백색의 집단 비상은

우리들을 황홀케 했다.

 

누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이 병장 우리 돈 좀 주고 좋은 데 보내 달라하자”

 

나는 씩 웃고 말이 없었다.

많은 병사들이 인사 담당관으로 보이는 사람 앞에 줄 서 있었다.

 


[전쟁과 총성]

사나흘 후 배는 다낭 항에 정박했다.

해가 져 어두워지면서 여기저기 우리를 환영하는 적의 총소리가 들린다.

밤새 배 주위는 소란했고, 병사들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한다.

전쟁이란 단어의 현실감을 느끼자, 온 몸에 긴장감이 확 밀쳐온다.

다음 날, 그래도 태양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또 다시 떠오르고,

배로선 마지막 목적지 나트랑에 도착했다.

‘이 현판 병장 백마 28년대 3대대 00중대’

일명 <청도깨비>부대다

 


[전쟁속의 자화상]

배에서 내린 우리는 수십대의 트럭으로 갈아타고

장갑차의 호위를 받으면서 연대본부가 있는 투이호아로 향했다.

 

나트랑 시가지엔 벌건 대낮에 비키니 차림으로 미군과 활보하는 튀기들,

길가 야자나무 아래엔 아오자이를 입고 앉아 소피보는 베트남 여인들,

개울에는 아랫도리 홀랑 벗고 투망으로 고기 잡는 남정네들,

 

민주와 자유를 외치며 도로 가운데 정좌하고 분신하는 승려들,

혼돈과 질서가 소동돌이 치면서 조화를 이루는 전쟁속의 자화상들이다.


[침묵과 망각 속으로]

‘그래, 이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타고난 거야’ 

도움이 필요없는 민족의 비운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으니...

 

순간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주머니 속 <황야의 은화 일불>을

말없이 도로 위에 하나, 둘 내려놓고 있었다.

 

나의 황야의 은화 일불은 내 생명을 구한 게 아니라,

지금 도로 위에 낙엽 되어 떨어지는 은화 일불이 된 것이다.

 

‘나에게도 진정 황야의 은화 일불을 필요로 할 때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자신에게 남긴 체.....

이국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젖어들며, 모든 걸 잠시 잊어본다.

 


- 그대는 자신이 인간인 것을 자랑도, 부끄러워하지도 말라 -

 

 
 

Ballad Of the Green Berets
 
 

 
 
   
 

댓글목록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오늘 못 갔네
시골 과수원 알바 가는 게
내 하안건데
몇 년째...
본래 한 70회쯤 하고
책으로 엮어 볼까 했는데
나힌테는 무리인 것 같네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네 ...!!! 
좀 더있을법도 한데......
암튼  재밋게  잘봤다
현실감 있게  증말 좋았다
담에 혹시  진흙속에 뭍혀 잇던게 보이면
함더 부탁할께
더운여름  몸건강하시게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마지막 회라니
아쉽다.

그동안 편판이 친구 글을 통하며
전쟁터의 참혹함과
그 속에 있었던 친구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다.
기회가 되면
돌아온 산자의 이야기로
다시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수고 많았소.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고맙소
대규한테
배울 것도 많은데
이놈의 의식구조가 워낙 별나
묻지도 못했네
촌에가 나무와 소와 사슴과
진한 교감을 나누고 와서
다시보자

정진환님의 댓글

정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월남전 당시 격전지로 청룡 백마가 주둔했던
다낭 나트랑 후에 지역은 바다가 깨끗하고
하얀모래로된 해안선이 무척 아름답다고 들었다.
지금은 베트남정부에서 고급 리조트지역으로 집중 개발중이다.
수차례 베트남은 다녀왔지만 아직 중부지역은 가보지 못했다.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볼 생각이다.
산자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래
베트남의 정수는 남부다
하룽베이는 별로지..
특히 하노이는 볼게 거의 없어
남부엔 사이공(호치민)시 월남 최대의 도시
붕타우시 월남 최고의 휴양지
나트랑시 동남 아시아의 나폴리 등
그리고
프랑스가 만든 해변철길 따라
기차여행 하는게 최고의 힛트작인데
아직 없데
자네가 한번 구상 건의 해보게...고맙다

이동근님의 댓글

이동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색다른 장르로 우리가슴 깊숙하게
파고드는 실감나는 얘기를 끝낸다니
좀 서운하네
건데
하안거는 보통 백중명절 전에 회향하기에
다시 기대해봐도 될것같네요
동안 고마왔습니다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맑은 목소리
총무님!
열심히 하시는데 참석 못해 미안합니다
산수공전 다 겪었으니 좀 이해해 주시게
단골손님
차(전)회장, 허회장, 조현수 고문님
모임 사진마다 보이니 정말 반갑데요
그대들이 진주 동창 감초요
이젠 대규씨도 가담하니
좀이나 좋겠소
이총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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