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 자의 이야기(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coree) > 노변정담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노변정담

어느 산 자의 이야기(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coree)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04-24 01:31 조회10,277회 댓글0건

본문

 
4_copy.jpg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coree

[주인 잃은 군번] - 1200GHXX

백마 00연대가 작전 중 실종된 병사를 찾지 못하고 철수한 지역을

며칠 뒤 우리 도깨비 부대가 다시 동일한 지역에 투입되었다.


20여 대의 헬기에 분승하여 우리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발아래 굽어보이는 정글은 너무나 평화스럽고 포근해 보였다.

마치 양지바른 곳에 이제 막 달걀을 품은 어미닭의 날개처럼...

 

목적지에 도착한 병사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살핀다,

사냥개보다 더 예민한 코를 가진 견병장이 코르 벌름거리면서

“어?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 병장, 같이 한 번 가봅시다”


나는 견 병장에게 손목을 잡힌 체 끌려가고 있었다.

마침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병사들의 코를 자극한 야릇하고

퀴퀴한 냄새가 그들을 한 곳으로 불러 모우고 있는 것 같았다


언덕을 조금 내려가니 저만치 팬티만 입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부패한 시신 하나,

아군인가? 적군인가?

살금살금 내려가 살펴보니 분명 아군이였다.


목에 걸린 군번 ‘1200GHXX  남00' 흘깃 본 군번과 이름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나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으니 

아마도 당시의 상황이 나에겐 엄청난 충격이 아니었나 싶다.



[죽은 자와 새 생명]

죽은 지 사흘이나 지난 시신은 두 배 이상 부풀어 있었다.

‘미안하지만 당신을 몇 번 굴려봐야겠습니다. 용서하시게, 전우여’

왜냐하면 시신 모든 부위에 적은 부비 트랩을 설치해 놓기 때문에..


초기엔 한국군이 적의 부비 트랩으로 엄청난 희생을 당했다 한다.

한 전우가 긴 막대로 시신을 밀자 살 속으로 쑥 파고들어가 실패했다.

잠시 사라진 견병장이 막대 끝에 넓은 판목을 달아 살살 밀고나간다

그 때서야 시신은 두어 바퀴 굴러가다가 멈추었다.


다행히 폭발은 없었다.

아마 베트콩들도 다급한 상황이라 그냥 도망친 모양이다.

십여 장의 우의로 둘둘만 시신을 대원들이 헬기장으로 옮기는데,..

반갑잖은 자그만 백인 친구들이 손등을 타고 고물고물 기어오른다.

모두가 고개를 뒤로 돌리며  무조건 앞만 보고 급하게 걷고 있었다.


당신을 헬기장에 옮겨놓은 병사들은 옷과 손을 털며 난리굿이다.

그 뒤로 병사들은 며칠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coree]

연락을 받은 미군 헬리콥터가 도착하자,

전우들은 당신을 헬리콥터 안에 넣기 위해 번쩍 들었다.

근데 “NO, NO,..." 하는 비명소리에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보니

흑인 조종사가 기겁을 하면서 목덜미를 좌우로 흔들고 있었다. 


전우여! 당신을 헬리콥터 안에 싣지 말라고 하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당신 목에 밧줄을 매어 헬기 아래 고리에 걸었지.


“다다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헬기가 하늘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 아래 휙 걸려 스파이드맨처럼 딸려가는 당신을 바라보며 

 

“더럽다. 가난한 나라의 병사여! 죽어서도 가난이 원수구나”

이것이 힘없고 못사는 우리 민족 coree의 슬픔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남 병장! 서러워 말게, 당신이 먼 월남에서 떠난 지 어언 40여년.

그대 덕에 대한민국 백성들은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네,

고마우이, 먼저간 전우야......” 그대 대신 살아남은 이 병장이

- 그대는 새가 되어 훨훨 떠나갔지만

그대는 언제나 그리움으로 내 맘 속에 머물고 있다네 -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2017 http://61.105.75.163 All rights reserved.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