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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 자의 이야기(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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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07-08 13:44 조회7,427회 댓글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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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어느 날 긴급사태를 수습하고 연대 본부에 무전을 한다.

“독수리, 독수리, 여기는 도깨비, 응답하라”

몇 번이나 호출했지만 응답이 없다.

할 수 없이 살금살금 언덕에 올라 다시 교신을 시도한다.

역시 조용하다.


이제 남은 마지막 방법은 long 안테나를 꽂고

좀 더 높은 지역을 찾아 교신하는 것이다.

나를 축으로 부대원들은 원을 그리듯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언덕 높은 곳에 혼자 올라 열심히 연대를 호출했다.


갑자기 내 앞에서 “쾅, 쾅, 쾅.............” 하는 요란한 폭음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B40 포탄이 떨어지고, 주위는 온통 포연과 먼지로 자욱하다.

그 순간 나는 납작 엎드렸고 무전기를 벗어 내 머리 앞에 놓았다.

포연 속에 힘없이 넘어지는 안테나를 바라보고 있던 옆 전우가

“이 병장이 죽었다” 라고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아닌데, 난 멀쩡한데, 참말로 한심한 친구네’


적은 B40(포)을 내 안테나를 겨냥해 수십 발 쏘고 달아난 것이다.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다. 

일어서려는 나는 나도 몰래 M16 방아쇠를 잡아당긴 것이다.

총은 “두두두두 ~ ... ” 요란한 소리를 낸다.

아래로 향했던 총구가 점점 높이 올라가면서...

당황한 나머지 총을 던져버렸다.

다행히 정글화 끝만 조금 상한 체 아무 이상 없었다.


고함 친 전우가 “어! 이 병장 살아있네?”

의아하다는 듯 넌지시 쳐다보면서 말한다.

베트콩이 포를 일열 횡대로 쏘고 달아난 것이다.

좋은 말로 수십 발의 포탄 속에 상처하나 없이 살아난 풍운아인 샘이다.


던진 총을 다시 주어 살펴보니 총알은 다 발사되고 없었다.

인간은 절대 절명의 절박한 상황을 당하게 되면 그 순간만은

이성적 판단보다 동물적 본능이 우선하는가 보다.

너무나 이성적인 나에게도....


에) 동창인 박 명진이와 4명이 고성에서 놀다 진주로 오는 길에

    차가 낭떠러지에 떨어진 교통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다들 문을 박차고 나와 보니 내가 없더란다.

    그 때 난 차 안에서 ‘오른쪽으로 내릴 것인가,

    아니면 왼쪽으로 내릴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만큼 난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이성적이다(?)

 

그래 ‘나는 존재하는가 봐? 존재하는 인간임에 틀림없어’

이성과 본능이 교차되는 위급한 상황에서의 나의 행동을 생각하면서...

난 씁쓸한 미소를 아무도 몰래 입가에 띠우며

‘그럼, 나도 인간이지’  

‘내가 살고자 할 때가 다 있구나?’


그 후로 담배도 배웠고,

술도 한 잔씩 하게 되었다.

여자가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기도 했고.

그런데, 그 어디에서도 나를 찾을 수는 없었다.

 

*베트남 수도가 사이공(420)인데 월맹군은 4월 20일에

 사이공에 진군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인가? 운명의 장난인가?

댓글목록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구박아 무신 소리고?
이제 시작인데...

현판이 친구가
사선을 많이 넘나들었구나.
장수 하겠다.
이런 일들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경험들 아닌가?

친구들을 위해
더 많이 이야기 해주시게.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지금이사  재밋게 우리가  보고있지만
당한사람들은  올매나  급했건나
내가알기론  M 16은 45도로비스드미들고
총구바로뒷부분 10센티 뒷쪽을 엄지가
몸쪽으로 오게 손바닥으로잡고  낮은조준으로 연발사격해야돼는것아닌가 ?
핸판이는  오래도 살것다 ...ㅎ ㅎ ㅎ
사이공이 4.20.에 함락됐으면  진짜로 웃낀다  그치
10년전쯤 출장갔었는데  그땐 사이공이라 안쿠고  무신
호치민시티라 쿠던가  글터라  1달라에 5000동 할때 갔어니 오래됐네

서성환님의 댓글

서성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파나 안파나!
요즘 같이 더울 때 들어니 실감 백배다.

김 무채라는 친구는 귀국해서 얼마 못 살고
저 세상으로 갔는데 그기 바로 고엽제중독
때문이라는 사실을  한 참 뒤에 알았다.
오늘 따라 그 친구가 그립다.
부인은 오데서 잘 사는지...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요새 나도 종합진찰 받고 고엽제 신고나
해 볼까 하고 준비 중이다.
예날에 옥봉 안골에서 가게를 했는데
날 놀리려고 동내 형님이 "까자(과자) 파나? 안파나?"
하고 도망칠 때 얘기지. 니가 판아 해서 ...
참! 미역국은 얻어 먹었나?

구자운님의 댓글

구자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이 이야기는 5 16 직후 이병문 진주시장 뒷집에 살 때 실제상황으로

공동우물가 집에 최판도라고 진주농고에 다니는사람이 살고 있었다

최판도가 여름방학을 맞아 우물가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우리는 그옆에서 장기를 두고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집집마다 밥상에다 밥을 얹어먹던 시절이라

판 고치는 사람이 우리 옆을 지나가면서 큰 목소리로 '판도고칩니다' 라고 외치자

낮잠자던 판도가 자기 부르는 줄 알고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회장님의 댓글

회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420에 4월 20일 진군했다?
재미있는 사실이네!!

우리같은 위관급 장교들은
군대이야기는 영 실감이
안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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