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절 달걀 ♣
예나 지금이나 삶은 달걀을 만질 때면 아련한 정감이 되묻어 나곤 한다. " 잘 살거레이...우짜든지 몸조심하고..." 되돌아 가는 버스 오를 때 가만히 쥐어 주던,그리고 한참 가다 친정 마을 안 보일 즈음 눈시울 적시며 까보는 그 달걀! 그런 옛 모습들이 떠올라서일까?
지난 부활절에 달걀 두 알을 선물로 받았다. 어느 분 정성인지 귀여운 꽃그림이 참 곱다. 작년 이맘땐 나도 집사람 도와 밤늦게까지 그림 그렸던 기억이 난다. 내 딴엔 산수화를 뺑돌려 그렸는데 인기는 별로였더랬다.
부활절에 달걀을 돌리는 건 특별한 의미가 있댄다.
겉으론 죽은 것같은 곳에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알의
신비한 모습이 부활 이미지와 맞기 때문이란다.
어디 달걀 뿐이겠는가. 메마른 씨앗에서 떡잎이 돋는 것도, 어둡고 차가운 언 땅에서 새싹이 솟는 것도, 앙상한 가지 끝에 새 움이 트고 꽃이 맺히는 것도......그렇게 겨울 지나 새 봄이 오는 것도 다 마찬가지겠지........
♣ 역시 봄은 봄이다 ♣
근 두 달 동안 참 어려운 세월 보냈다. 지난 2월하순, 내겐 꼭 필요한 분이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떴다. 나보다 네 살이나 더 젊은 나이에....내 일 접게 되는 것도 아쉽지만, 애써 키워온 우리 애들 뿔뿔이 흩어질 상황이 더 마음 아팠고, 이어 볼려고 같이 동분서주하는 미망인의 몸부림도 자꾸 눈에 밟히고......무엇보다 지금 사랑하는 이들를 위해, 옛날 사랑해 오던 이들과 각을 세워야 하는 입장이 더 가슴 아팠다.
다가오는 새 봄에 기대어 기운이라도 얻자며, 주말이면 남도로 또 어디로, 디카들고 달래 봤지만 봄도 예전같게 느껴지지 않았다.......술만 늘고, 얻은 게 있다면 체중이 2키로 줄었다는 것...ㅎㅎㅎ.
그런데 참 신기하다. 희미하나마 부활의 의미를 느끼게 되는 일이 생겼다. 모든게 원상으로 돌아가 다시 전화위복되는 계기가 되었다. 주변에서 힘이 되어준 많은 분들이 고마울 따름이고, 싸운 사람들 많지만 그래도 미안하고 감사한 맘 드는 게 다행이다. 이젠 홀가분하게 기분전환하러 영종도로 함께 봄나들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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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가 부활처럼..♣
어느 신부님 강론이 새삼스레 와 닿는다. " 일상 삶에서 부활이란 어떤 것일까요?.. 매일 매일이 죽음이요 또 부활이지요. 잠드는 순간 죽는 것이고 이튿날 눈 뜨는 게 다시 부활한거고..."
아침마다 부활의 은총이라 생각하며 하루 하루 매 순간을 후회없이 값지게 살고, 잠자리 들면서 언제라도 여한없이 하느님 품에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 ㅡ 진짜 그렇게 평화롭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달리 신심이 깊어 지면 그럴 수 있을런지.
좀 외람스럽지만, 전에 " 난 매일 아침을 설레는 맘으로 맞는다." 던 고 정주영 선생의 말씀에서나, ♬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 하
는 노래 가사에서 풍겨지는 느낌도 같은 맥락 아닐까?
♣ 다시 달걀 껍질을 깨 보자 ♣
옷깃을 여미고 겸허하게 다시 시작하련다. 그리고 일상 삶에서, 작지만 소중한 내 나름대로의 부활을 느껴 보련다.... 어둔 맘 밝아지는 것도 부활이요, 시련 이기고 별거 아니지만 하던 일 더 잘 되게 하는 것도, 미웠던 마음 사랑으로 바뀌는 것도, 안 좋던 버릇 고치게 되는 것도, 어느 님 말처럼 일주일에 딱 소주 한 병만 마시는 것도, 모두가 내 삶의 부활이라 여기며 살자. 사랑하는 내 주변의 모든 분들도 다 매일 매일 자신을 아끼며, 작지만 귀한 부활의 기쁨을 누렸으면 하고 빌어 본다.
ㅡ 사월 하순 어느날 ㅡ
Somewhere Over the Rainbow
ㅡ Connie Talbot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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