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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03-04 02:23 조회6,412회 댓글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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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고향 비파골의 입춘 무렵 겨울 전경입니다. 자주 가 보진 못하지요. 계절따라 많아야 기껏 일년에 서너번 들러 보는 정도인데 겨울철 모습은 언제봐도 허접하고 더 쓸쓸해 보이지요.
     유달리 금년은 더욱 그렇네요. 지난번 추석 무렵과는 너무 대조적인 게 뭔가 좀 텅 빈 느낌 ㅡ 아! 마을 뒤를 감싸듯 우거져 있던 대나무 숲이 몽땅 사라지고 없군요.
    " 아재! 어떻소?... 엄청 시원하고 훤하재?"
    - 글쎄... 너무 허전해 보이기도 하고.....
     이장 얘기론 아무도 찾지않는 대나무를 누가 사 가겠다 그래서 열흘 넘게 걸려 베내고 댓가지 추리고 그랬답니다. " 전엔 돈밭이었지만, 요샌 쓸모도 없고 모기만 득실거리고. 그렇게라도 치워버리는 게 낫지..." 하고.
    - 대숲 또 기를거지? 죽순은 언제 올라올까?
    막걸리 안주로 죽순나물을 씹으며 아쉬운듯 또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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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옆 웃대 할아버지 산소 아래엔 나만큼이나 오래 된 아름드리 참나무 숲이 있었더랬는데 죄다 잘려져 있어 놀랐지요. 참나무를 목재로 꼭 써야할 무슨 일이 있는 걸까?...아니래요. 그 자리에 동네 정자를 지을 거랍니다.
    하필이면 그 좋던 나무 베어내고 거기다 정자를 짓는다니?  " 정자 지을 예산은 타 놨는데 마땅한 장소가 있어야지?  땅을 내 놓거나 팔려는 사람도 없고...."    - 꼭 정자 지어야 되나?...
   "여름철 동네 어르신네들 여가 즐길 공간이라도 만들어 드려야지.또 객지에서 온 분들 쉴 자리도 있어야 하고. 주차장도 더 넓혀야 되는데.. 
   것도 땅이 문제고 일손이 고민이더랑깨요.."
  
   조그만 산골 마을 살리느라, 정자에 주차장에 천정개발에 샛길 포장에 건당 기천만원씩 지원금 나와 고무적이긴 한데.......... 이래저래 숲만 작살나면 어떻게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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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뒹굴어져 있는 참나무를 보니 맘이 좀 아프더이다. 코흘리개 시절 도토리 주울 때나 소꼬삐 매달 때에도 내 다리 보다 더 굵었으니... 아마 5~60년은 넘었겠지요?   난 정자마루보다 참나무그늘이 더 시원하고 아늑할 것 같은데....

    그런데 아름드리 참나무도 뒤 치닥거리가 문제랍니다. 치우기도 쉽지않고 연로한 어르신들뿐이라 옮기는 것도 예사일 아니고, 아무도 거져라도 가져갈 사람도 없고......  

    토막 토막 잘라놓으면 모를까? 목재로 활용할 여지도 없다는군요. 60년 공들여 자라온 내 집앞 참나무의 씁쓸한 뒷모습을 봅니다.

 

 ♣  잘 모르겠군요. 객지 사는 우리는 늘 우리 생각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향은 늘 푸르러야 되고, 아직도 초가집 처마에 참새들이 숨어 들어 오는 꿈을 꾸고, 감나무든 대나무숲이든 있던 그대로 제자리 있어야하고...... 그러면서도  수풀헤치며 조상들 산소 찾아 산 오르는 건 싫고.....아무런 도움도 못주면서 고향분들 애로나 바램이 어떤지는 헤아리지도 못하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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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앞산 자락 증조 할아버님 산소에서 바라본 동네 모습입니다. 여기 자리가 좋다는 군요.
     조카들 등쌀(?)에 금년 윤 오월쯤엔 조상님들 산소를 이곳 묘역으로 다 옮겨야 될것 같습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산소 찾아 성묘 돌다 보면 한나절 이상 걸리고, 뭣보다 멧돼지들 행패에 보전하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라서요.
     그나마 우리 세대지 손주뻘들은 아예 찾지도 않는 산소 ㅡ 그러니 차몰고도 바로 들를 수 있게 동네 가까운 곳에 같이 모셔 놓아야  앞으로 자손들도 쉽게 찾아 볼게 아니냐는 거지요.
        
    맞는 말이기도 하군요. 사실 나도 이번엔 산올라가기 싫어 성묘도 다 돌지 못했으니까..... 
    지난 가을 성묘길에서 내려다본 저 아래 들판과 마을모습이 또 그런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는데 이제 금년 가을 쯤은 그런 추억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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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집앞 감나무와 편백나무는 건재하네요. 이 감나무는 나 어렸을 때도 굵기가 이만 했었으니 족히 80은 넘었겠지요? 마을 분 아무도 이 감나무 몇년 된 건지 몰라요.그래도 해마다 토종감을 가지 휘도록 열어주고 여름한철 시원한 그늘 만들어주는 일에 변함없지요.
   참 오래 지켜봐 왔지요. 너무도 변화 무쌍한 격변기에 예서 태어나 살다 죽고 예서 살다 떠나가는 우리와 조상들의 삶의 과정 그냥 묵묵히 보아오면서 말입니다.
    편백나무 삼나무도 마찬가지지요.그 나무아래서 크고 자랐으니..... 언제나 그 근처만 가면 진동하는 짙은 나무향땜에 또 철없이 뛰어 놀던 그시절 동무의 어린 모습들 환상땜에. 코끝이 시큰둥해지곤 했더랬죠. 이젠 두번 다시 같이 모여 살기 어렵겠지만,... 어디에 있든 그저 건강하게 오래들 살아 주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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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바램은 남았습니다. 5월되면 팔뚝만한 대나무 죽순이 앞다퉈 올라와 2-3년내에 대숲을 도로 이룰거고
       편백나무 삼나무숲은 할아버지 울타리니 어떤 경우든 지켜 주실거고 .........
       어쩌면 더 나아질른지도 모르겠군요, 산소아래 예쁜 정자가 들어서 가끔씩이라도 객지 어린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웃음이 이어져 준다면......동네 어르신들의 꿈같은 소망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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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만히 생각만해도
회한이 살살 젖어오기 시작하는 이 나이에
우짤라꼬 겁없이 가슴시린 고향을 들멕이누나!
그래도 그만만해도 괜찮은 셈 아닌가!
오덴지 몰라도 사진으로 본 자네 고향은
엄마의 품처럼 아늑하고 참 아름답구나.
많은 이들이 고향다녀온 후에
꼬라지가 예전같지 않다던데.--------
고향, 아 꿈엔들 잊힐리야.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동네가  참아름답다
겨울경치 가  포근해보이네
여름 은  말할것도엄고
편백나무 사이에보이는  생가 가 증말  이뿌다
뒷산 밑  대나무숲도......
  여름에  뒷문 열어노면  산들바람  직이것다
아직살던  고향집 있는  칭구들이  부럽다
무지무지하게 .......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진짜 멋지다.
이대표가 잔차타고
또 함 가시겠네.

사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고향의 모습은
이렇게 변해 나간다.
더 변하기 전에
자주 고향을 찿아 봅시다.

요즘 벌초 할려면
참 어렵다.
한자리에 조상을 모시면
여러가지로 편해진다.
잘 생각하셨소.

김해영님의 댓글

김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운 고향"
도화지위에 그릴 수도 있을 만큼
잊혀지지 않은 고향 여기 저기를
카메라에 확연히 담아내고
환갑이 지낸 너의 옛이 그리워 소리없은 마음으로
애가 타누나.

세상이 변해, 성묘/벌초/시제등 다 어려워하니
지금 시골은  윤달있는 올해--우수에서 춘분사이--에
묘 이장이 한창이더라.
나도 17기 이장하고 가족묘원 다듬고 왔다

너가 가진 온갖 상념
너무도 가슴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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