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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전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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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진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12-12 19:40 조회5,780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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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님전상서
 
차트를 배웠나, 그렇다고 이발기술이라도 있나, 하다못해 댄스실력도 없었으니 논산훈련소에서부터 여단, 사단, 연대, 어느 곳에서도 선발되지 못하고 통과하여 내가 결국 배치되어 간 곳은
휴전선 철조망 바로 앞에서 보초를 서는 제2소대 제3번 소총수였다.
배속된지 1주일 정도 되었던가, 흰 눈이 산하를 덮었고 철조망 위에도 소복하게 쌓여있었던 어느 겨울날, 휴전선에서 총을 들고 있는 나의 모습이 진정으로 조국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나의 모습은, 훈련소에서 적당한 로비자금으로 군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었던 기회를 외면하면서까지 군인이 되고싶었던 나의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모습이기도 하였다. 하얀 눈이 덮인 산등성이 위로 둥근 달이 떠올랐고 많은 얼굴들이 스쳐지나갔다.
"어이, 박이병, 소대 내무반으로 와서 전화받으래." 라는 말을 들은 것은, 밤근무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모여서,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 . . " 노래를 부르고 아침식사를 한 이후였다. 그리고 전화에서 중대장이라는 높으신 양반이,
"너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라고 묻는 목소리에, 천리타향에서 남의 고등학교는 왜 물어보는가 하는 의구심으로,
"진구고등학교입니다."라고 답하였고, "야, 지금 중대본부로 내려와봐." 라는 명령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중대본부에 들어서니, 대위 계급장을 달고서 늠름하고 씩씩해 보이는 중대장님이,
 "야, 너 진고 나왔어? 몇 회야?"라고 묻는 목소리에, 박이병은 막대기 같은 부동자세로,
 "38횝니다." 고 답하였다. 이어서 중대장은 빙그레 웃으시더니,  
"차-썩, 나는 00회야."라고 답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나의 위치는 중대 행정반으로 옮겨졌고, 작전계장의 조수로 시작하여 전방이었지만 여유로운 군대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73년에 제대한 후로 35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당시에 선배님이 몇 회라고 했던 숫자는 기억이 나지 않고, "황윤생"이라는 당시의 중대장님 성함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혹시, 이번 총동창회에 오시려나? 그래서 아직도 멍청하기 그지없는 이 쫄병을 정신 좀 차리게 해주시려나?

댓글목록

문형기님의 댓글

문형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는 사창리 매쉬에 근무를 했는데...
헌병대장님이 진고 선배더라
마침 대장님의 애가 초등학교 1년과 3년..
주치의로 1년을 잘 지냈다..
대위로 근무를 했으니 별 문제는 없었지만
그래도 든든하더라..
보안대장도 애기가 어려서 주치의로 ...
후방에 내려오니 미남에 잘 생긴 청년 장교
소령을 만났지...
신고하려고 행정부장(소령)이 예행연습을 시키더군
이 때 나타난 청년 소령이... 안면이 많아
명찰을 봤지 진주고 동기 "정 용식"
육사29기...이후는
무사한 군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테니스도 같이 하고 축구시합도 (장교대 군무원) 많은 시간을
같이 했었는데..한참 이후에 대전으로 옮겼지만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교수  그시절  존추억이겄다
이번  총동창회가서  찾아  인사드리야  돼겄네 ?
존날돼시고  감기조심해라

표영현님의 댓글

표영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교수 30여년 전의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인생입니다.
아마 황윤생선배님은 군생활을 오래하시지는  안한 것 같습니다. 내가 군 선배님들 연락담당을 했었는데 생소한 이름같습니다. 동창회 총무에 알아보면 오랜 추억의 가교를 만들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이 빨리 이어지길 바랍니다.

김해영님의 댓글

김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생 나이테가 하나씩 둘씩 분명해지는  지금,
환갑에 철이 약간 드는 지금엔
자꾸만"뒤"가 돌아 보이며
내 흠을 내 스스로 알아내는 때 이기도 하다,
박 교수님께서
우리보고도 여기 저기 은혜 잊지 말라고
지도해 주심 감사합니다.
저도
"00전상서"를 차분히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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