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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수채화 같은........참 좋았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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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7-07 11:08 조회8,721회 댓글1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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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창밖엔 비가 내린다.
 
                살다 보면 가끔씩.......
                작은 잎새의 나부낌에도 뭔가 좋은 생각이 불꽃처럼 일었다간
                이내 사라져 버리기도 하고,
                잊혀지기 아까운 분의 기억이 찡하게 펼쳐졌다간
                나도 몰래 흐릿해 지기도 한다. 
                그래도 맘속에 자국은 남아, 잔잔한 아쉬움을 더해주곤 한다.
 
                마치 비 오는 날의 수채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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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산 가는 전철이 참 지루하고 답답하게도 느껴졌다.
                여느때 같았음,
                구파발 넘어서며 토끼굴 벗어나온듯, 시원한 초록빛 해방감을 맘껐 즐겼으련만...
                아쉬운 분 조문 가는 길이니 좀 다르다.
                전철 오르며 사든 주간지 맨 뒷장까지 구석구석 훑으며 갔지만,
                쓰레기 통에 던질 때까지 머리속에 남은건 암것도 없다.
 
                옛날 상사로 모시던 분이 먼 외지에서 비명에 세상을 뜨셨단다.
                금년 66세ㅡ아직 한창일 땐데........ 
                요즘도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즐길 정도로 젊은이 못쟎은 건장함을 자랑하던 분이셨는데......
                늘, 그릇의 차이가 느껴져 서로 존경하고 아끼던  분이셨는데........
 
                그래서 더욱 착잡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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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병원 들어서자 분향실 옆에 안내문이 단정하게 붙어 있었다.
                아마 궁금해하는 조문객들께 대한 유족의 배려 였으리라.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다시 멍해져 버렸다..
 
                [..... 평소 즐기는 스쿠버 다이빙하러 동호인들과 팔라우로 갔는데,
                       갑자기 깊어지는 물 속에서 의식을 잃고,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손 쓸 수가 없었답니다.
                       끝까지 애쓰던 분은 구사일생으로 구조 되었지만, 고인은 영영 찾을 수가 없었고,
                       사흘만에야 유품만 떠올랐습니다. 상어가 남긴 흔적과 함께.........
                       일주일만에 유해 찾는것도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하는 얘기론 댁에다 유품 잔해만 모시기로 했단다.
                아!
               
                유족들에게 이보다 더한 청천벽력이 또 있을까?
                암것도 안 보이고 암생각도 없고, 세상을 다주어도 위안이 될수 없는 그런 아픔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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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참 외람되게도,
                오히려 내가 위안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슬프게 하는 건 결례다하고 배려하는 것 같은 느낌......
                어두움을 밝게, 서러움을 섭리로, 이별도 친숙한 희망으로 승화시켜가는 그런 분위기가.......
 
                안내문 끝말은 이렇게 맺고 있었다.
               
                [.....그렇게 고인은, 평소 그처럼 사랑했던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하느님 나라로 가셨습니다.]
               
                신심 깊은 집안이라 그럴까?
                아님, 나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는건가?
                 
                영정 대신 평상모습으로  활짝 웃고 있는 사진도 꼭 이러시는 것 같았다.
                " 너무 슬퍼 마세요. 저 즐겁게 살다 갑니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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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러니 하지만, 돌아오는 심정은 갈 때보다 덜 어두웠다.
                유달리, 가판대에 꽂힌 [좋은 생각]이 눈길을 끌기에 처음으로 그걸 집었다.
                가끔 인터넷상에서 소개하는 문구들로 감명은  받았지만, 한번도 사본 적은 없다.
               
                그런데...... 그 안에도 작은 하늘세계가 있는 것 같았다.
                슬퍼도 좌절하지 않고, 언제든 담담하게 평정심 가질 수 있고........,
                나만큼 남도 배려할 줄 아는 필부들의 삶의 지혜가
                보석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무슨무슨 아침편지' 마냥  현학적인 냄새 없어 식상하지도 않고..........
                [좋은 생각] 찾는 분들은 틀림없이 좋은 분들일거란 생각도 함께 들었다.
               
                 이건 아마 그 분이 은연중 내게 던지는 메세지 일게다.
                 아쉽고 고마운 맘으로 재삼 명복을 빌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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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돌아와 다읽은 [좋은 생각] 을 건네며
                이거 너무 좋은데 정기구독하자 그랬다.
 
               " 참내, 정기 구독은?...그냥 담배 살 때 참고, 한권씩 사보면 되지..."
                아! 그렇구나, 대충봐도 한달 담배값으로 50권은 살수 있겠구나.
                낼부터 당장 담배 사고플 때마다 꾹참고, 담배대신 [ 좋은 생각]을 사서 서로 나누자.
                10권이 모이든 100권이 쌓이든....
 
                이튿날부터 담배 사러가선 진짜 꾹참고, [좋은 생각]을 샀다. 500원이 남는다.
                나흘 넘기자 열권가량 되었다. 동료몇 주고..........
                부부동반 모임이 있어 선물로 한 권씩 나눠 주었다.
                "난 이제부터 담배 생각날 때마다 이 잡지 사기로 했어요." 하며......
                겸연쩍은 박수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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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그러했는데..........
                일주일도 못돼 난 그 전의 나로 되돌아 갔다
                내 곁엔 [좋은 생각]이 쌓이는게 아니라 그 전처럼 꽁초만 쌓인다.
                다른게 있다면,
                담배를 선택할 때마다 종종, 그 분께 죄스런 맘이 들곤 한다는 점이다.
                역시 난, 그릇에 한계가 있나 보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처럼....또,
                내 좋았던 생각들도 그렇게 얼룩지고 씻겨져 가고, 자국만 아쉽게 남았다.
 
                혹시 사진속의 그 분 웃음 안엔 이런 뜻도 있었던 건 아닐까?
                " 너무 애석해 하지 마세요, 마른 날 다시 그리면 되지요."
               
                그렇지... 내일은 늘 새로운 해가 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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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형기님의 댓글

문형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채화도 좋고
글도 좋고
음악도 좋고
모두가 좋은거 뿐인데 ...
사연은 슬퍼네
고인이 가장 즐겨하는 일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다면
어쩜 고인은 가장 행복한 삶을
마감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네

골프를 치고 목욕을 하던 중 사망하는
사건이  내가 회원으로 있는 골프장에서 있었는데
같은 동료들이 똑 같은 말을 하는 걸 들었다네

"좋은 생각"이란 예전의 샘터 비슷한 크기의 책자인데
나도 가끔 사서 보는 책인데
좋은 내용의 간결한 글들이 많더군

건강히 무더운 여름나길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문원장 안녕? 참 오랜만이네.건강하시재?........
자주 들러 안부 나누곤 해야는데,늘 빚만 지고 사네 그려.

슬프기로 말하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사연이지만,
오히려 그 분 쪽에서......
" 슬픔도 초월하고, 아픔도 밝게 승화시키는게, 사는 사람의 몫이고 의무이느니.."
라는 것 같은, 흔치 않는 인상이라 담아 본 건데
혹여, 사랑하는 분들께 누가 안 될른지 조심 스럽기도 하네.....
영특했던 큰 자제분이 주임 신부님일 정도로 남다를 수도있지만.....

자기가 멀리 떨어져있어 볼 수는 없지만 ,언제나 옆에 있는 것 같은 살가움을 느끼네.
무더위 조심하고 늘 즐거우시게나...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 수채화 같은
멋진 글이다.
홍주 친구의 심성이
너무 맑고 깨끗하구나.

나도 담배 살 돈으로
"좋은 생각' 책 사는 것으로
도전을 해 보아야겠다.

안보이는 그림 고쳐 놓았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고
더운 여름 건강 조심 하시게.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20여년전 어느날 골초끼리 모여,
" 우리 딱 끊어 버리자!" 라고 시작 한 적이 있는데
난, 6개월 만에 되돌아 갔고, 그 분은 20년 넘게 완전 절연하고 새로 다이빙 추가하고......
그래서 그 분 가슴 아래엔 王자가 새겨지고
나는 아직도 배가 부담스럽고......
그런 그릇의 차이지요.

언젠가는 우리도 팍 끊어 삐립시다!...귀찮으니까

긁어 올 줄만 알았지
X표가 무슨 뜻인지도 몰라 당황 했는데
역시 우리 박사님, 자상하게 고쳐 주셨네...
좀 안쓰러웠재?
너무 고맙고 든든하이....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어줍잖은 글인데 좋게 보아줘서 고마우이..

늘 질투하며 살지요.
아직도 팽팽한 얼굴이 막 꼬집고 싶도록 질투나고.....
감칠맛나는 색스폰으로  [불루 라이트 요코하마] 불어 주던 그 멋스러움이 부러워 미치겠고.....

잠실 둔치에 금요일 마다 저녁 10시면 색스폰 연주회가 열리는데...
조깅하다 둘러 앉아 끝까지 듣고 오지요.
그 때마다 자기 생각 떠오르데.....

언제나 싱싱한 모습 떠오르는 친구 둔 것도  참 복이다.하고.....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주야  감명깊게  잘봤다
우리나이에  가슴이  뭉클하네
뭔가  밝으면서도
아련히 젖어오는 게있군
샘터  다이제스트  같은  책인감 ?
골연  끈은지  8년 됐네 
잔차 타다가  가판대있슴  존 생각  나도  사볼란다
초록은 동색이니까...........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참 용하시네....8년째 무공해 세상에서 살아오시다니....
언젠가  뒤따라 가리다. 꼭꼭...

갈수록 주변의 작은 것에 애착이 많이 가네요.
귀하게 느껴지고, 아껴야 될 것같고....
나이들어 그런가?
아닌디, 아직 한참인디......

[좋은 생각] 괜 찮았어요. 비록 손바닥 두배정도 되는 작고 얇은 ,별로 눈길 못끄는 잡지지만.....

김상철님의 댓글

김상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더운 여름에 홍주 글을 읽고 나니 쉬원하다는 느낌이다.
감명도 많이 받았고.
비가 그치면 아름답게 수를 놓는 무지개를 대상으로 한
수채화는 어떨까.
서로 멀리 있어도 가슴에 와 닿는 우리는 친구임에 틀림없지.
건강하고.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작성일

친구 안녕?....
이 시간대 쯤이 거기선 정확히 어느 땐지도 잘 모르겠네.
더운 날씨 잘 이겨내고 ,맘 편안하게,즐거운 나날 갖으시길 비네.

최근 들어, 상철이 친구한테 많이 부끄럽더구만. (그 먼 이국 땅인데.......)
나라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뭔가 ....뿌듯한 건 못 보이더라도, 부끄런 모습은 안 보여야 되는데......
무척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 많았재?
혹시, 하찮은 내 글까지  우울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저어되기도 하네....

앞으론, 밝고 유쾌하고 힘찬 사례 많이 찾아 볼께.....
더 중요한 건,  나라도 국민도 또 잘 이겨 내야겠지.머....... 그재?

즐건 기대감 갖고  다시 지켜보세나 ...., 소중한 우리 벗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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