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사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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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형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4-10 10:20 조회5,591회 댓글8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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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량도의 추억
사량중학교 쪽 다리를 지나 어장막 안쪽, 해거름녁 솦 숲 그늘이 간신히 드리워지는 언덕의 외딴 집.
바람이 불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벽돌 건물 한 채가 내 근무지였다. 산비둘기 울음 처량한
외로운 밤들은 긴장과 지루함으로 세월을 엮어갔다.
나는 신혼이었지만 그곳에 자청하여 근무했다.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빵빵한 배경없는 순진한 젊음의
역설적 도발이기도 했다. 24 년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는 곳, 그곳에서 경험했던 아름답고도 즐거웠던
많은 일들이 여전히 가슴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바둑두며, 축구하며, 낚시하며, 밤 술을 마시던 그곳
친구들의 이야기와 함께 언젠가 긴이야기로 정리될 날을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다.
충무(지금의 통영)에서 뱃길 한 시간 반, 삼천포(지금의 사천)에서도 한 시간 반 걸려 금평에 도착하던
하루 한번씩의 배. 한번씩 내가 나갈 때나 아내가 주말에 들어올 때는 통영의 고려호를 이용했고, 나중
에 엔젤호가 부산서 사량도를 경유하기도 했다. 30노트로 바다 위를 날던 엔젤호는 지금은 박제되어
유물로 전시되고 있으니 비록 그 사연은 복잡해도 30노트를 훨씬 넘는 세월의 속도에 참으로 무상함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고성의 상족암 선착장에서 바라본 사량도>
<상족암 선착장에서 사량도까지는 불과 20 여분 걸리는 거리.>
<섬으로 가는 산행>
2. 내지 마을에서 지리산 정상까지
내지마을에서 지리산까지의 등로는 진행방향으로 시계반대방향의 반원을 돌듯이 크게 회전하면서 올
라야한다. 초반부터 엄청난 인파에 모두들 혀를 내두른다. 그야말로 장대한 줄로 이어서 행군하는 듯하
다. 278봉에 올라 처음으로 숨을 돌리니 뒤로 옥빛 바다가 펼쳐지고 멀리 삼천포 화력발전소의 기둥이
보인다. 와룡산은 상사바위와 민재봉 능선이 보기좋게 갈라져 하늘금을 이루고 있다.
앞을 보니 완만한 경사의 능선따라 진달래가 이쁘게 피어있고, 끝이없는 오름길이 이어진다.
<바로 앞은 365봉, 좌측 끝에 지리산 정상>
<정상으로 가까이로 향하는 능선에 이미 산님들이 빼곡이 이어져 있다.>
<정상을 조망하는 각도는 이곳이 가장 좋은듯........정상 전위봉 아래 칼날 능선으로 따라 늘어선 행렬>
<돈지에서 돌아오르는 능선에 산님이 반갑고, 뒤로 작은 농아도와 먼 수우도의 일부가 다가온다.>
<아직 만발이라기에는 이르지만 화원의 능선길>
<추억의 돈지 마을 그리고 대섬(竹島), 내가 이어가는 능선 아래로 안전한 등로도 이어진다.>
<늦은 비가 예보되었지만 덥기만한 봄날씨>
<정상 전위봉 직전, 예리한 암릉이 이어지는 곳에서 뒤돌아봄.>
<뒤로 365봉이 뾰족하다. 고도에 비해 피로가 빨리 온다.>
<정상 직전에 서서 전위봉을 바라본다. 저긴 도로 되돌아 오는 것이 안전한데.......>
<붐비는 지리산 정상은 사진 한장 찍을 틈을 주지 않는다. 그나마 한적한 틈을 이용해.......>
3. 아주 맑고 쾌청한 날, 지리산이 보여 지리망산이라.......
사량도는 윗섬과 아랫섬으로 이뤄졌고, 지리산은 윗섬(上島)을 동서로 가로지른 산줄기 서쪽에 솟아
있다. 지리산은 돈지(敦池)마을과 내지(內池)마을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하여 두 마을의 공통지명인
‘지리(池里)’를 산 이름으로 삼았고, 이후 날씨 좋은 날이면 북서 방향으로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
어지는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전한다. 요즘은 줄
여서 지리산이라 부르고 있다. 토박이 지명은 산 남쪽 바위벼랑이 새드레(사다리)를 세운듯한 층애(層
崖)를 이루고 있다 하여 ‘새드레’ 혹은 ‘새들산’으로 전한다. (월간 山 2003. 3월호)
지리망산(智異望山)...... 지리산이 보인다고??? 글쎄. 25 년 전만 해도 낚시꾼들만 들랑거렸지 산에
오른다고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본 적이 없다.(물론 나도 그때는 등산에는 관심이 없었다)
돈지리산 내지리산...... 그래서 지리산 아니겠는가?! 지리산 천왕봉의 조망을 느닷없이 끌어다
쓴 것은 산꾼들의 작위가 다분히 묻어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사량도 지리산을 소개하는
데 너무나 일반화해가는 경향이 있다. 차라리 월간 산 기사처럼 어정쩡하게 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산의 머나먼 조망에 그리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 오래 전부터 많았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로되....
아무렴 어떤가. 정상석 한글 글자 그대로 "지리산"이면 되지.......!!
<뒤돌아 본 지리산>
점심을 준비하지 않아 쵸코파이 한개와 엄지손톱만한 초컬릿 두개로 연명(?)하고 홀로산행을 이어간다.
불모산(달바위) 아래 안부의 매점에서 대항마을로 빠지는 것이 오늘 산행약속이었다. 워낙 심한 정체를
예상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바쁜 사진찍기에도 불구하고 가마봉-옥녀봉을 이어갈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날이 덥고 조급해서인지 체력소모가 빠르게 진행된다. 낙타등처럼 여기는 두둑한 뱃살만 믿고 굶고 가는
데 허기가 적당히 진다.
<달바위를 향해서>
<고만고만한 암봉을 오르내리면서>
<동강나루 덕동 쪽을 배경으로 솟은 암봉 끝에 의연한 산님>
<암봉의 화원>
<죽도(대섬)로 향해 돌출된 지형의 왼켠 너머가 사금이라는 작은 마을이었지...... 이름도 아름다운!>
<윗 사진을 찍고 10분 후에 옥동 마을을 내려다보게 된다. 자주 갔던 곳이다. 건너편은 하도의 칠현산>
<달바위 정상 암릉길도 지독한 정체다.>
내려서는 것도 사뭇 긴장된다. 상당한 경력자로 보이는 등산객이 혀를 차며 들어라는 듯 연신 반복을
한다. '오르지도 못할 어중이 떠중이들 다 올라와가꼬 이래 밀린다!' 하도 어중이 떠중이를 들먹이니
나도 오른발 딛고 어중이가 되고, 왼발 딛고 떠중이가 되는 느낌이다. 앗따! 되게 그래쌋네......^^
25년 전에는 사량도 주민이 4000 명에 육박했었는데, 지금은 주민이 2000 명이란다. 그런데 오늘같이
산행객이 붐비는 날에는 배를 타고 들어오는 당일 관광객만 3000 명이 넘는다고 하니 입이 벌어진다.
다음 주(4월19일~20일) 부터 사량도 옥녀봉 등반축제가 시작되면 등산로에 발디딜 틈이라도 있을지
모르겠다.
<불모산 능선을 내려서면서 달바위-가마봉-옥녀봉 잇는 S자 능선을 바라보면 왜 사량도(蛇樑島)
라는 뱀의 형상으로 부터 유래된 이름인 지 짐작과 수긍이 간다.>
<산릉은 사람의 점점....>
4. 달바위 아래 간이매점에서 가마봉으로
달바위 하산길에서 회원 한 분이 다리에 출혈을 동반하는 부상을 입었다. 구급박스를 챙겨 배낭에
넣고 다니는 사람은 명색이 온통 직업이 직업인 우리 팀 속에서도 아무도 없다. 바쁜 마음을 진정하
고 압박붕대를 꺼내 드린 후 가마봉을 향해 걸음을 서둔다. 한시간 50분이 남았다. 거리 상으로는 충
분하지만 지체되는 곳에서 시간이 길어지면 수습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대부분 이곳에서 대항으로 하산하고, 너댓명이 진행을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제일 나중에 가는 것 같
았다. 매점에서 음료수를 사서 벌컥벌컥 들이키며 허기를 대신했다.
<어렵지 않다.>
<가마봉 정상>
<정체가 길어진다. 가까운 철계단 보다 옥녀봉 직전의 하강로에서는 완전히 멈췄다.>
<결국 옥녀봉 을 코 앞에 두고 진행되지 않는 정체에 발길을 돌리기로 판단.>
시간이 50분 남아 있었지만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 회귀를 하여 미리봐둔 너덜길로 하산을 했다.
가마봉 철계단 아래서 옥녀봉 쪽으로 20여미터 진행하면 왼쪽으로 길이 열리는데 등로상태는 뚜
렸했다. 미리 수십미터 진행을 해 보고 다시 올라왔기 때문에 옥녀봉으로 향하는 걸음이 가벼웠
다. 그런 만큼 쉽게 포기도 할 수 있었다.
옥녀봉을 오르지 못한 아쉬운 산행이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언제라도 올 수 있는 곳. 추억의 사
량도가 아닌가. 대항으로 내려오는 길은 10분여 밖에 걸리지 않는다. 남은 시간은 30분......
<예정에 없이 하산로가 된 너덜길 아래로 대항마을이 보인다.>
<대항에서>
5. 사량도를 떠나며
사량도를 떠올리면 그리운 것은 언제나 그때 그 사람들이다. 지금이라도 만나면 와락 껴안고 반가울
많은 분들...... 내 추억의 섬은 그래서 늘 아름답다. 뱃전에서 멀어지는 섬을 바라보며 다시금 기약할
수 없는 그리움을 한층 더 쌓아 다지는 내 모습을 본다. 그 켜켜이 중첩된 그리움은 가느다랗게 늙어
패여가는 눈가의 잔주름 속에 베어드는 느낌이다.
투르릉거리는 배의 엔진소리마저 통통거리던 그때 그 뱃소리로 환청처럼 들린다.
가슴이 탕탕거리던 그 뱃소리......
매케했지만 기분 좋았던 기름 내음까지.....
습기찬 바람도 없는데 안경에 뿌연 김이 서린다.
<END>
그리고.......
섬에 살 때 많이 본 것 중 하나가 떠나는 배였다.
그것은 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육지로 가는 사람은 비록 떠나왔어도
섬처럼 허전하지 않았다.
뭍으로 온 사람은 그러나 언제나
그 섬에 다시 가고 싶었다.
댓글목록
문형기님의 댓글
문형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동기
김병기의 고향이기도 한
통영이라서 더 정겨운 곳이기도 하고
또 사랑하는 10년후배
안호식 아우(진주고 및 대학 그리고 같은 소아청소년과이기도 한)
의 글과 사진을 퍼왔습니다.
위의 꽃사진은 내가 찍은 거고
음악은 접붙였습니다.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량도는
상족암 선착장에서 출발하면
참 편리합니다.
차도 싣고 갈수 있고...
참 좋은 곳입니다.
한번씩 다녀오세요.
http://211.248.120.33/tongyeong_tour_2007/GIS_Main.aspx
위의 링크를 클릭 하시면 하늘에서도
사량도를 포함한 통영시를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문원장의 그 외딴집도 찿을 수 있을 것이고
개똥이네 집도 볼 수 있습니다.
왼쪽 보턴은 위치를, 가운데 휠은 척도를,
오른쪽 보턴은 방향, 고도및 시각을 조정 할 수 있습니다.
사랑도의 지리산 정상에서
아래로 사방의 경치를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구자운님의 댓글
구자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도
진주서 근무할 때
딱 한번 가봤는데
좋더구만
형기 친구야
사량도에서
사랑도 하지
고의석님의 댓글
고의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도는
사랑의 도를 배우는 곳이다.
사랑하는 곳이 아니라
구박
너 한글 제대로 배웟나?
ㅎㅎ
김상철님의 댓글
김상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대규야,
문원장 집은 찾을 수 없네.
통영은 참으로 아름다운 고장이더라.
옛날에 통영에 놀러가서 김병기 집에서 하루밤
잔적이 있거든.
다음에 가면 방 하나 내어줄지 모르겠다.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철아
숙소가 마땅치 않으면
우리 농막으로 와라.
누추하지만
그나름대로 운치는 있다.
글고 사량도를 찿아서
확대해보면 문원장이 살던 집도
찿을 수 있을텐데.
없어졌나?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 산악회 도 여기가서 회묵고 등산하고......
동락이 회장님 부탁 해요
섬이 참아름답다
그리고 고원장 구박 한테 구박좀하지마라
소친다 가 아 소치모 무섭다
정진환님의 댓글
정진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량도 윗섬은 지리산으로 유명하지만
아랫섬은 어장이 기막히다
눈알이 100원짜리 동전만하고 크기가 신짝만한
신짝뽈래기(뽈락)가 낚이는 참 좋은 어장이다
낚시할 사람은 낚시해서 회 쳐묵고
산 좋은 사람은 지리망산 등산하고
얼쑤 조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