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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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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5-04 08:13 조회6,9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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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만나면 두 번 만나고 싶고, 기꺼이 힘이 돼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 성실하며 신뢰가 가고, 절로 ‘닮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이들이다.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후원자로 만드는 능력. ‘좋은 매너’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 MBA 과정에서 유수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당신의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이 무엇인가’를 조사했다. 응답자의 93%가 ‘대인관계의 매너’를 꼽았다. 같은 대학이 최근 벌인 또 다른 조사에서도 CEO들 중 85%는 ‘원만한 인간관계 및 다른 사람과의 공감 능력’을 최고의 성공요인으로 내세웠다. 미국에서 최근 10년간 직장을 잃은 사람들의 첫 번째 해고 원인(95%)은 업무 수행능력 부족이 아니라 ‘인간관계 능력 부족’ 때문이었다 한다.
매너가 좋은 사람은 평판이 좋다. “이쪽에서 식사대접을 했는데도 별 인사가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분은 자신이 밥값을 내고도 다음 날 e메일로 ‘즐거운 식사였다,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온다. 누구에게 더 마음이 가겠는가.” 이미지설계 전문가인 이종선 IDC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이제 학위나 자격증으로 실력이 판가름나는 시대는 지났다”며 “능력이 상향 평준화한 지금, 성공을 결정짓는 최대 요소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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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미지 컨설턴트나 PI(President Identity) 전문가들은 “매너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라 설명한다. 경륜 있는 재계 인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오롱 그룹 김주성 고문은 “변하지 않고 오래가는 것은 역시 그의 매너와 인간관계”라고 말했다. 매너 전문가로 유명한 대전 프랑스문화원 박한표 원장 역시 “가슴이 뜨겁고,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알고, 그의 마음을 알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역설한다. “매너는 배려하는 마음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누구든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협력자가 필요한데, 호감을 얻기 위해선 좋은 매너가 필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실패한 삶의 이면에는 늘 인간관계의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옷 잘 입고 테이블 매너에 능숙하다 해서 매너가 좋은 것은 아니다. 좋은 매너란 마음과 인격 그 자체다. 자제심과 성실성, 적당한 유머, 자존심까지도 갖추고 있어야만 좋은 매너가 나온다. ‘매너’와 ‘에티켓’의 차이를 따져보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에티켓이 ‘형식’이라면 매너는 그를 ‘일상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박한표 원장은 “매너란 사람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습관이나 몸가짐을 뜻한다. 아무리 에티켓에 부합하는 행동이라도 매너가 나쁘면 품위 있는 인간으로 대접받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웃어른에게 인사하는 그 자체는 ‘에티켓’이지만 경망하게 하느냐 공손하게 하느냐는 매너의 문제라는 것. 그 때문에 프로급 매너 컨설턴트들은 파티 매너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칭찬, 관심을 더욱 강조한다.

매너는 ‘그런 척’한다고 쉬 꾸며지는 것이 아니다. 이종선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자.

“얼마 전 등산을 갔다. 평소 굉장히 정치적이고 ‘영업적’인 A 사장도 함께했는데, 그가 유난히 B 사장에게 친절하게 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산 후 버스 안에서 B 사장이 내게 ‘A 사장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알아서 판단하시라, 하지만 추천은 못한다’고 했다. 평판은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아마도 A 사장은 본인이 그렇게 열심히 골프도 치고 여기저기 모임에 나가 명함도 뿌리는데 왜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모를 것”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일상의 모습으로 상대를 평가한다. ‘평소 모습’이 ‘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매너는 타고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매너 좋다는 평판을 듣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단한 노력과 자기 관리 끝에 지금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심재혁 인터콘티넨탈 호텔 사장은 업계에서 ‘타고난 매너맨’으로 통한다. LG그룹 정상국 부사장은 심 사장에 대해 “늘 겸손하고 온화하다. 말솜씨가 유창하진 않지만 내공이 대단해, 대화 상대로 손색이 없다. 옷매무새는 언제나 단정하며 골프 매너도 프로급이다. ‘술’에 대한 연구가 깊어 요즘은 대학 등 여러 곳에 강의도 다닌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면모까지,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이라고 했다.

심 사장에게 “평판이 좋으시다”고 하니 “그저 주변에 폐 끼치지 않으려 할 뿐”이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매너맨이 된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자 매우 난감해하며 “아무래도 (마음을 단정히 하려) 조금은 노력을 한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는 전자동으로 되기도 하더라. 습관이 된 모양”이라고 털어놓았다. 심 사장은 목욕탕에 들어갈 때도 슬리퍼를 뒤돌아서 벗어놓는다. 다음에 나올 사람의 편의를 위해서다. 간혹 행동이 몹시 거슬리는 사람이 있어도 대놓고 지적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본을 보일 뿐이다.

박한표 원장은 “매너는 습관의 총집합이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바뀐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미지 컨설턴트인 허은아 ‘예라고’ 대표는 “컨설팅 대상자들에게 그들의 말과 행동을 녹음 또는 녹화해 보여주면 ‘내가 정말 이러냐’며 굉장히 당황한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게 매너 좋은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허 대표는 또 “성공한 사람들은 확실히 다르다. CEO들은 같은 지적도 아랫사람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더 열심히 고치려 노력한다. 당연히 성과도 금방 나타난다”고 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소심쟁이’란 닉네임의 여성 누리꾼(네티즌)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발견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같이 근무하다 외국계 회사 상무로 자리를 옮긴 분이 있다. 어느 날 그 상무님 일행이 프로젝트를 논의하러 우리 회사를 방문했다. 팀장이 급하게 나오더니 내게 “커피 5잔만 가져다 달라”고 했다. ‘커피 심부름에 너무 예민해지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막상 외국인과 내 또래 남자직원까지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때였다. 상무님께서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말씀하셨다. “이 분은 A 사의 크레디트 애널리스트입니다. 다음번에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겠지요. 고맙게도 우리에게 커피를 가져다 주셨으니 모두 땡큐라고 해주세요.” 썰렁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밝아지면서 모두 내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박수까지 쳐주었다. 상무님이 너무도 고마웠다.

이종선 대표는 이런 사례도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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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매너는 상대방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프탈리 타미르 뉴질랜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왼쪽)가 원주민 지도자와 마오리식 인사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사장은 한 결혼식장에서 중요한 거래처 대표인 B 사장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했는데도 B 사장은 별 말 없이 자리를 떴다. 마음이 몹시 불안해진 A 사장은 두 사람을 다 잘 아는 C 씨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C 씨가 이유를 묻자 B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보니 A 사장 옆에 아드님이 계시더군요. 거기서 얘기가 길어지면 혹 그 아드님이 ‘왜 우리 아버지가 나이도 젊은 사람을 이렇게 어려워하나’ 마음을 쓸 것 같아 서둘러 자리를 피한 거지요.”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지인들은 모두 B 사장의 배려에 탄복하며 그를 더욱 믿고 인정하게 됐다. 진심에서 우러나온 매너는 이렇게 공감과 신뢰, 감동을 불러온다.
매너가 좋은 사람은 입장 바꿔 생각할 줄 안다. 말 그대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매너 전문가들은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매너의 기본”이라 입을 모은다. 그 때문에 매너가 좋은 사람들 중에는 한때 ‘을’의 입장이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다. 처음부터 ‘갑’이었던 이들은 타인의 마음과 처지를 헤아리는 데 아무래도 서툴다는 것.

이와 관련해 고전처럼 이야기되는 일화가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중국의 고위관리와 식사를 하게 됐을 때의 이야기다. 서양식 테이블 매너를 모르는 중국 관리가 핑거볼(식사 전 손가락 씻을 물을 담아 내놓는 그릇)의 물을 마셔버리자, 엘리자베스 여왕 또한 태연한 얼굴로 자신의 핑거볼 물을 마신 것. 여왕의 행동은 ‘에티켓’에는 어긋나지만 최선의 매너가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매너가 좋은 사람은 ‘관계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나다. 그냥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과 처지가 되어 그 앞에 있는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20세기 초 독일 사회학자 노버트 엘리아스는 ‘매너의 역사-문명화의 과정’이란 책에서 “매너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설명했다. 이 이야기는 매너가 좋은 사람이 곧 ‘사회지도층’이며, 그렇지 않은 이는 아무리 돈이 많고 지위가 높아도 결코 진정한 의미의 리더가 될 수 없음을 뜻한다.
매너가 좋은 이는 사회생활을 하고 타인을 만나는 일이 즐겁다. 영어를 잘하면 외국인을 만나도 부담 없이 일을 해나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매너를 ‘삶을 멋지고 성공적으로 영위할 줄 아는 방법’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매너가 좋은 사람은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다. 열등감에 사로잡힌 사람, 내가 잘 되기보다는 남이 못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진정한 ‘젠틀맨’이 될 수 없다. 자신감 있고 따뜻한 미소를 지을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종선 대표는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인 줄 알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인생에 동정심마저 느껴진다”고 했다. 내 행동이 나의 가족, 동료, 친구와 이웃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는 것. 그로써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나도 남도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매너이기 때문이다.
      글 : 이나리 기자
출처 :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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