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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 임금윤 친구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편린’을 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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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4-05 10:53 조회6,700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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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바다건너 이역만리 미국에서 보내온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편린’ 은 임금님이 그동안 소중하게 간직해두었던 수필집과 오래된 사진첩을 보는 것 같아서 정겨웠습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읽을 때마다 그 여운은 단순히 친구의 놀라운 기억력을 뛰어넘어서 마치 내 추억의 갈피와 수신(修身)대차대조표, 그리고 먹은 나이 값을 되짚어보라는 지필묵을 하사받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추억의 편린’은 쇠락한 저의 고향집 방문위에 걸린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꽉 찬 액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속엔 얼굴보다 더 큰 손수건을 가슴에 단 코흘리개 나, 앞니 빠진 채 바보같이 웃고 있는 ‘여로’같은 나, 머리기계독으로 둥글게 벌초한 내 짱구머리통, 찰리채플린을 연상케 하는 사춘기 때의 우스꽝스런 패션, 이누나 이동생으로 어울린 신파조 포즈, 엉성한 체격으로 해수욕장에서 폼 잡는 치기친구들, 군인 같잖은 산적을 방불케 하는 몰골의 군바리, 그 모습과 사연들이 엄연한 추억인데도 나이 들어선지 볼 때마다 얼굴 화끈거리고 쑥스러웠습니다. 유치함과 촌스러움, 들추고 싶지 않은 치부를 보이는 것 같아 태우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나에게 ‘추억의 편린’ 은 수십 여 년 전의 벌거숭이 자신과 새겨진 인연들을 껴안고 다가와서 가슴 뭉클한 감동과, 어쭙잖은 저의 허세와 가식에 질타 해주었습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나이 들어갈수록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제외하곤 지나간 일들은 지워지고 의식에서 망각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추억의 편린’은 까마득한 학창시절을 눈앞에서 재현하듯이 생생하게 떠올렸습니다. 등장하는 열명의 학우들과 여섯 분의 은사님을 통하여 진작 본인들마저도 잊어버린 에피소드와 대화, 일거수일투족까지 열거하며 그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삶의 방향설정과 가치형성에 한 부분이었음을 진솔하게 토로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자신의 부족함과 미숙함, 신세짐, 고마움, 배우고 느낀 장점까지 가감 없이 그려내는 언어의 투박한(?)질감과 솔직함은 우려낸 멸치 국물에 던져 넣는(?) 수제비 맛에 아삭한 동치미를 깨물어먹는 것같이 토속적이고 신선했습니다.


 인터넷 물결이 익명성과 다중성, 동시성과 폭발성이 내포하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단숨에 허물어버린 문명의 총아라지만 ‘추억의 편린’을 읽으면서 새삼 그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우리의 표영현 교수가 동향인 것이 자랑스러웠는데 이렇게 담대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며 기개 있는 지장인줄은 바다건너 임금님의 글을 통해서였으니까요. 또한 소개된 여러 친구들의 몰랐던 면모를 알게 된 가족과 주변 지인들, 그리고 1438친구님들도 그분들의 숨은 매력을 새삼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이런 수혜에도 불구하고 정작 저자신은 인터넷 매너랄까, 인터넷에티켓이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고백컨대 저는 무료할 때마다 1438홈피에 온종일 매달립니다. ‘사이버 하이네’가 되어 어슬렁거리며 애써 만들어진 좋은 글과 그림, 음악을 감상하고 뒤적였습니다. 그런데도 늘 “맞춤법이 틀렸어, 자료 글이 잘못됐다.”며 결제하는 상사처럼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감사하다는 댓글 한마디에는 인색했습니다. 친구들의 좋은 점을 말하는 것이 내 자존심을 상하는 것일까.

 관조하듯 구경하면서 신비주의로 포장하고 나서지 말아야 체면과 위엄이 세워질까.

 격려와 덕담조차 아까운 내가 누구를 걱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누가 나를 그리워하고 기억해주겠는가. 이렇게 ‘추억의 편린’은 비명 지르지 못할 만큼 자신을 옥죄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임금님은 능력과 시간으로 생존하는 미국에서 ‘추억의 편린’에 심연의 혼을 담아내고 있을까. 무상한 세월의 중압감에 기억은 한점 깃털이라던데 그 추억만을 반추하고 있을까요. 무엇이 아쉬워서. 저는 친구를 사진으로도 본적이 없으므로 예단과 선입견이 생기질 않아 ‘추억의 편린’으로써 그저 짐작해볼 뿐입니다. 친구는 30여 년 전 죽창 밭 같은 이국땅에 발 디뎌서 피눈물과 고통을 삼키며 의지와 성실로 일가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미혼인 두 아들을 하버드대를 졸업시켜서 첫째는(30)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를 거쳐 현제는 뉴욕의 ‘크레뎃스위스’라는 투자회사의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둘째는 국제재무사(CFA)로 시애틀의 대형투자회사인 ‘럿셀’의 애널리스트로 재직 중으로 알려졌습니다. 몇 년 전 서울 MBC-TV에서 ‘이민성공사례 8.15특집의 섭외대상이 됐지만 거절한 것으로도 화제가 되었답니다. 일류대와 좋은 직장이 꼭 성공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기에 그가 사절한 이유랍니다.


 저의 얇은 세속적 잣대로 보면 임금님은 어디에도 손색없는 여건과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조지아 주에서 지는 석양을 바라볼 때마다 사무치는 그리움과 회한으로 울먹였을 것입니다. 나동면 고향산천 부모님과 정겨웠던 사람들을 떠나올 때의 결연한 포부가 모질고 독해보여서 야속해하는 그 눈빛들을 잊지 못하는데, 기다려주지 않는 세월 탓에 지금은 가슴속에 묻었을 것입니다. 이제 남은 그리움의 대상이 1438친구여러분 아닐까요? 봄 향기 속에 임금윤친구의 멋과 정서가 싱그럽게 느껴집니다. 까칠하게 굳어만 가는 내 감성의 호수에 물수제비를 던져 파문을 일으켜준 임금님! 향수에 절어 헤집어진 가슴 다 태우기 전에 한번 나오시면 안 될까요? 두서없는 횡설수설이 친구의 심기를 어지럽혔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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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문형기님의 댓글

문형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래 이균친구의 말이 맞다.
향수를 일으키게 하는 뭔가를
보여줬다.

쬐끔씩은 옛날이 보고 싶기도
추억하고프기도 한데
젊은 시절에는  부끄런 옷자락이
보일까  조바심 내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 들면서 웃으면서
얘기하고 할 수 있는 장이
여기 1438방이 아닌가 한다.

또다른 추억의 편린을 기다리며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옛 학창 시절의 일들을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참으로 즐겁다.

우리의 마음이 잠깐이나마
꽃봉오리 시절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친구들아
더 많은 추억의 편린속으로 빠져
젊은 마음의 시간을
더 길게 가져보자.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록 먼지 쌓이고 색은 바래긴 하였지만
아름다운 포장지에 곱게 간직되어있어야 할
추억이라는 괴물을 폭로한 나의 배고픈 넋두리.
별것도 아닌것을 이렇게 대단한 양  추켜 세워주니
겉과 속이 다르게, 온몸이 전율하고 몸둘 바를 모르겠구나.
이균친구야,  자넨 프로페셔날 르포작가이신가.
언제 나의 뒷조사를 그렇게 했나.
이왕하는 김에 못난구석까지 해야 균형이 맞지 않겠는가.
남의 나라에서 산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았다네.
자네완 나는 약간의 같은기간 학창생활을 했다고하나
거의 일면식도 없을만큼 나에대한 편견이 없는
객관적으로 그렸다곤 하나
양지쪽의 너무 높은 곳에 올려 놨네.
떨어지면 크게 다칠까 두렵다네.
그리고
편린이라는 이름으로
자칫 꺼내지 말아야할 친구들의 치부까지도
나의 얄팍한 공명심에
들추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심히 두려워 이젠 그만둘까 고민중이네.
이균 친구.
자네같은 인물로부터
이렇게 과찬의 평가를 받으니
속으론 따뜻한 자부심과 함께
무한한 감사를 하고 싶네.

이균님의 댓글

이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임금님 전하!
가진 것을 자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더 가지려고 허둥대는 위인도 있고
없는 듯이 향기만 품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늠은 임금님 글만 읽고 썼을 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늙을수록 대접 못 받는 이유가 다 있더라
온기와 여유가 메말랐는데 누가 나를 반겨주랴
‘편린’은 감성과 정서를 돋궈주는 보약이었습니다     

어설픈 글로 임금님의 성취한 위업을 넘지 못하여
노기가 어디까지 올랐을까도 걱정됩니다.
나의 경솔로 주변사람만 들볶지는 않을지
부디 원한사지 않도록 만 해주시길.

임금윤님의 댓글

임금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냐 !
울산 산다는 이균이라는 민초의 뜻이
참으로 가상키도 한 듯하나
정녕 그대의 뜻이 그러하더냐?
하여 이번 만큼은 짐이
도끼들고 울산까지 찾아갈려고 했던 그 노기를 풀고
그대의 경솔한 처사를 감히 사하노라!
그라고 편린이라는 무신 뼈다구가
감성과 정서를 돋궈주는 보약이라고
알랑방구까지 뀌니
내 못들은 척하고
다음편을 준비하도록 할 것이네.
그러나 하시라도
되어먹지못한 짓거리라고하는
백성이 어디라도 한사람이라도 있거들랑
당장 짐에게 기별하도록 하라.
내 당장 STOP하리다.
자 이제 이균은
다리뻗고 자도록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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