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폐허를 곡함 (고 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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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8-02-12 14:11 조회6,653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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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풀고 울어에야 하리
옷 찢어 던지며 분해야 하리
오호 통재
이 하루아침 남대문 폐허를
어찌 내 몸서리쳐 울부짖지 않으랴
돌아보라
6백년 연월 내내 한결이었다.
이 도성 남녀노소들 우마들
이 나라
이 겨레붙이 모진 삶과 함께였다
혹은 청운의 꿈 안고 설레어 여기 이르면
어서 오게 어서 오시게
두 팔 벌려 맞이해 온 가슴인
나의 남대문이었다
혹은 산전수전의 나날 떠돌이 하다
여기 이르면
어디 갔다 이제 오느뇨
활짝 연 가슴 밑창으로 안아줄
너의 남대문이었다
단 하루도 마다하지 않고
단 하룻밤도 거르지 않고 지켜서서
숙연히
감연히
의연히
나라의 기품이던
저 조선 5백년
저 한민족 1백년의 얼굴이었다.
온 세계 누구라도 다 오는 문 없는 문
온 세계 그 누구라도 다 아는
만방 개항의 문
정녕 코리아나의 숨결
서울 사람의 눈빛 아니었던가
이 무슨 청천벽력의 재앙이냐
이 무슨 역적의 악행이냐
왜란에도 호란에도
어제런듯 그 동란에도
끄떡없다가
이 무슨 허망의 잿더미냐
여기 폐허 땅바닥에 엎드려 곡하노니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멈추지 말고
떨쳐 일어나
다시 바람 찬 천년의 남대문 일으켜낼지어다
여봐란듯이
저봐란듯이
만년의 내일 내 조국의 긍지 우뚝 세워 낼지어다
조선일보(2008년2월 12일자) : 고은 시인께서 쓰신 글입니다.
댓글목록
김해영님의 댓글
김해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초등학교 학생들의 애도시와 울음을 보며
나는 덩치만 큰 어린이만도 못한 어른이구나 싶었읍니다.
원장님의 발원대로,
또 불나면 더 잘되는 우리의 믿음으로 전환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