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변정담 + 노변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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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진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12-13 18:39 조회5,500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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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추웠던 어렸을 때의 겨울, 화롯가에 둘러앉아서 무엇을 했던가?
아마도 알밤이나 떡가래를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먹으면서, 썰매타던 이야기, 연날리던 이야기, 학교에서 선생님 몰래 장난쳤던 이야기를 하였을 것이고 간혹 동네 뒷산에서 나온다고 소문이 난 도깨비귀신 이야기도 하였을 것이다.
어른들은? 아마도 농협에 내야할 비료값, 날씨걱정 쌀값걱정, 농사계획, 이번 장날의 계획, 그리고 가끔씩은 마을에 홀연히 나타난 술집마담 이야기를 하면서 껄껄 웃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손자손녀 이야기, 며느리, 사위들의 이야기, 그리고 어디에 사는 친척에게 중풍이 들었다는 이야기, 신경통이 잘 낫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을 것이다. 이것이 소위 노변정담(爐邊情談)이다.
사람들이 빠르게 왕래하는 대로변(路邊)에 모닥불을 피운 곳에는 무엇이 있는가? 차량들의 빠른질주, 음주 후에 떠드는 소리, 다정한 연인들, 팔리지도 않을 것 같은 물건을 길가에 진열해 놓은 아낙네들, 그리고 가끔씩은 낯뜨거운 장면들도 보이며 모닥불 가에 모여있는 집단에 따라 대화는 여러 가지로 흘러간다. 정치, 경제는 당연하고 대통령은 좋은 안주거리가 되며 어제 저녁에 노름한 이야기, 친구들과 술마신 이야기, 심지어는 홍등가에서 XX한 이야기까지도. . . 그러다가 지나가는 행인이 끼어들면 하던 이야기도 슬쩍 딴데로 돌리기도 하면서 . . . 타인의 인생사가 훤히 보이는 곳, 즉 노변정담(路邊情談)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추억의 화로가 사라지고 이제는 그 화로와 대로가 인터넷이라는 희안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그러나 인터넷이란 가락시장에서 볼 수 있는 노변보다는 너무도 많은 행인들이 지나다니는 대로이니, 오붓한 대화의 맛은 이미 사라졌다.
어느 날 03시에 잠이 깨어 "1438 노변정담"에 들어와보니 접속자가 5명이었고, 심지어 04시에도 4명이 접속하고 있었다. 물론 바다건너 미국에 사는 친구들이 (시차가 다르므로) 들어왔을 수도 있고, 지나가던 행인일 수도 있고, 나처럼 밤중에 잠을 잘 깨는 친구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세상 만천하에 공개되어있는 爐邊 에서는 그 수많은 행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고 그 옛날의 화롯가에서 처럼 오붓하게 떠들수도 없고. . . 이것이 인터넷 爐邊 의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1438 노변정담"에 모이는 친구들은 (멍청한 나를 빼고는) 모두가 서부경남의 수재들이 모인 곳이니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하며 칭찬하며 가능하면 불을 살리려고 애쓰면서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화로관리의 달인=김대규가 있으니) 적어도 20-30년 이상 불이 꺼지지 않는 爐邊이 될 것으로 믿슈미다. (칭구들아 그런데 내가 군에 있을 때 말이야 동료들과 색씨집엘 갔었는데 말이야, 아 그 색씨가 글쎄 갑자기 나의. . . . 아 참 여기는 대로변이지 . . .)
댓글목록
김상철님의 댓글
김상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야,
1438 동기회와 사이트는 영원히 불이 꺼지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한자로 표현하니까 진짜로 재미나네.
잘 읽었다, 건강하고.
박진원님의 댓글
박진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잘 될지 모르지만 현재 나의 계획으로는 2001년도에 미국에서 돌아온지 8년만인 2009년도에 다시 미국으로 가서 1-2년 머물러볼까 생각하고 있다네, 혹시 가게되면 연락하여 한번 만나세나. 고마우이.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화로가 점점 따뜻해지네.
박교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