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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진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10-08 00:41 조회6,31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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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찾기
 
시골길을 달리다가 무심코 바라본 황금들녘은 계산이 가능한 경제적 풍요의 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아름답고 정겨운 추억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그만 시골학교에서 펄럭이는 만국기와 응원가 소리는 아련한 그리움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강한 최면이었다.
그 편린들 중의 한 장면,
내가 제일 싫어한 종목은 "손님찾기"였다. 타고난 다리길이의 혜택으로, 달리기에서는 항상 1-2등을 하였으나,
"손님찾기"에서만은 항상 재수가 없었다. 내가 집어든 카드에는 대체로,
 "수건을 쓴 아주머니" "엿장수 아저씨" "갓을 쓴 할아버지" 등이 적혀있었다. 즉, 그 경기는 완전히 망친 것이다. 내가 그들을 겨우 찾아내었을 때는 이미 승부가 결정된 뒤였다. 달리기에서 항상 꼴찌를 하던 나의 친구는 "면장님"을 뽑아서, 면장님은 그냥 학생을 등에 업고 달려서 1등을 하였고, "여선생님"을 뽑은 다른 친구도 여유 있게 1등을 하였다.
 
그런데 -
나는 항상 카드를 잘못 잡은 것일까?
이른바, 학벌을 위조할 필요가 없는 직업을 가지면 되겠거니 하고 다녔던 지방대학에서
나에게 대학원을 권유하였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어 나에게 배려해주셨던 그 교수님,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연을 맺게 해준 그 총장님,
우연히 재회하게 된 고교시절의 은사님이 교수로 승진하시었고 나의 직장이동에 도움을 주셨던 인연,
그리고 최근에는,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송파구의 과부 아지매 윤여사(???)가 나에게 준 정보가 정확하여
그 때 사놓은 부동산 가격이 제법 뛰었다는 사실, 등등. . . .
 
도리켜보면 나의 인생에 있은 여러 번의 "손님찾기"에서 나는 주로 가을 운동회보다는 재수 좋은 카드를 잡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제,
나에게 더 이상의 손님찾기 경기는 없을 듯싶다. 이제 내가 손님을 찾기보다는 내 스스로 손님이 되어
내가 먼저 손을 뻗쳐서, 뒤쳐지고 우울한 얼굴을 한 젊은이가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조그만 힘이라도 도와주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어렸을 때의 그 면장님도 1등한 후에 얼마나 흐뭇했겠는가?

댓글목록

장규현님의 댓글

장규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야 !
내가 너 이야길 들어 보니 넌 항상 골드 카드만 뽑았더군.
너가 어릴때 뽑았던 그 재수가 없었다던  그 카드.
아마도 "인생은 이런면도 있는거야". 라고 하는  지침을 준 맛베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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