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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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7-10-17 09:24 조회7,343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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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통한 공식적인 가을은 올해는 9월 23일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태양이 떠오르고 다시 태양이 지는 시간의 차이가 정확히 12시간 이었으며
이날부터 밤이 길어졌습니다.
영어로는 The Autumnal Equinox ( 추분점 ) 이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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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할때 서쪽을 향하여 고속도로 위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는데 오후 6시 20분경
엄청나게 붉게 물든 큰 해가 지평선 위에 떨어지며 10분후쯤 어둠이 깔립니다.
저녁식사후 거실창문을 통하여 하늘 한가운데로 마실 나온 달을 볼 수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살다보면 가을이란 계절을 서울처럼 맛보기 어려운데, 지난
주말에 산보를 나갔을때 플라타너스 나무와 비슷한 잎사귀들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금요일 밤에는 9월 이후 두번째로 반가운 비를 맞이
했으며 자연이 가을의 길목을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비가 온후 자동차를 세차해야 하는데 천성이 게을러서 세차장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서울에 사시는 친구여러분들의 생활상 중에 저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주차장 이나 사시는 아파트에서 세차를 해주는
서비스 입니다. 나에게는 너무나 편리하게 보였습니다.
큰아들이 좋은 지역에 아파트가 나왔는데 너무나 오래된 상태로서 수리비가
약 3,000만원 정도 소요될것 같은데 나에게 와서 보고 조언을 요청하기에
저녁 7시에 만나서 구경을 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나 동경에서 70세까지
사시다가 큰아들이 이혼을 하면서 10년전에 미국에 오신 만80세인 우리말이
서툰 재일교포 할머니 혼자서 사시고 있었습니다.
참, 할머니 친구들도 관리가 안된 콘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미국에 올때 데리고 온 ‘비글’ 한 마리와 안방 침대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아들과 딸의 소유인 아파트에 살고 계신 할머니의 사정을 잘 모르지만 매매가 되면
아리조나주의 한 요양원으로 가시는 계획인것 같았습니다. 한국인을 차별하는
일본으로는 가시기 싫다고 하네요.
청춘의 발람함도 이미 사라졌고 열정은 완전히 식어진 외로운 늙은 노인이
되면 자식들이 상전이 되는 모양입니다.
미국의 양로원은 일반적으로 시설이 좋고 지내기에 편리하지만 왠지 나이 든
나의 사고방식으로 좀 서글퍼네요. 할머니도 젊었을때는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눈물과 땀으로 모든것을 바쳤을텐데 이미 용도 폐기된 물건처럼 푸대접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네요.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뜻인 ‘생사일여’라는 말이 있듯이 앞으로의 생을 누가
장담 하겠습니까. 다행히 운이 좋아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인 76세를 넘어
80세까지 살아서 할머니 같은 나이가 되었을때의 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떤 준비를 하여야 하나.
외로운 할머니는 나의 큰아들에게 아파트를 사지 않아도 좋으니 자주 놀러
오면 좋겠다고 여러번 이야기를 했습니다. 교회를 열심히 나가는 딸의 권유로
최근에는 1년간 열심히 교회를 나갔지만 몸에 베인 불교를 멀리 할 수없어
불교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씀을 하시며 쓸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아파트를 떠날려고 하니까 나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 보시며 한가지
부탁을 하겠다고 하시네요. 기르고 있는 10살 정도의 ‘비글’ 개를 데리고 가서
키워줄 수 없느냐고. 할머니께 저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저가 살고 있는 타운하우스에서는 애완동물을 키울 수 없는 곳이라고.
손가락 힘이 없어서 야쿠르트 종이마개를 엉성하게 뚫어서 주신 것을 마신
빈병을 식탁위에 남기고 할머니가 사시는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진주에 계시는 어머니와 비슷한 연세의 할머니를 만나고 나서 서러운 마음이
앞서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무심하게 떠날게 될 우리들의 야속한 인생이
아쉬워 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퇴근하면서 영양가 없는 글을 또 올렸네요.
건강하고 즐거운 하루 맞이하시기를.
댓글목록
정광화님의 댓글
정광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엔제 봐도 참 좋은글 맑은 마음씨가 느껴지는 말이요
김상철님의 댓글
김상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의석 그리고 정광화 친구야,
쓸쓸한 추억들이 자꾸 생각나는 것이 가을 탓인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살아야 하지 하는 것음 마음뿐이고,
사는게 바쁘지.
좋은 평을 해주어서 고마워.
건강히 잘 지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