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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이명상 친구의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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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6-02-18 09:05 조회11,1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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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을 볼때마다 생각나는 소설이 있읍니다.
대학 1학년때 읽은 적이 있는 설국에서 펼쳐진 비극적인 사랑, 흰 눈 덮인 자연의 아름다움, 인간 내면의 순수를 투명하게 묘사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설국’입니다.

약 2주간의 출장중 진주에 계신 부모님을 뵙기위해 인천공항에  새벽에 도착했는데
주위가 온통 눈으로 인해 하얗게 변해 있었읍니다.
덕수궁이나 경북궁에 하얀 눈이 내리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했는데
운좋게 순백의 눈이 내린 고궁들을 볼 수 있었고요.
길거리에 있는 나무들에 내린 눈꽃의 모습도 아름다웠읍니다.

계절은 차가운 날씨의 겨울이지만 비봉산과 남강을 쳐다보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읍니다.
경상대에서 교수로 있는 동생이 추억이 담긴 수정동의 한식당에서 비빔밥을 먹자
하여 갔다가, 고등학교 시절 자주 인사 올렸던 1438 회장을 역임했던 이명상의
어머님이 생각이 나서 친구가 살았던 집 근처를 갔으나 너무나 주위가 변했더군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시간임으로 지나간 것은 우리에게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말하지요.
또한 추억이란 세월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기억 속의 유영과도 같은 것이라고도
이야기 하고요.
세상 물정 모르던 고등학교 시절에 이명상 어머님은 우리들에게 인간다운 삶과
삶의 용기를 가르쳐 주셨읍니다.

어느날 명상친구의 집에 놀러 가서 방에 드러누워 그당시 아주 귀했던 전축에서
흘러 나오는 안다성씨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는데, 친구 어머님께서 우리를 집의
창고로 오라고 하여 가득히 쌓여있던 백화양조 중에서 한병을 꺼내어 술을 한잔씩
주셨읍니다.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하고 남자는 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잘못된 자기성취의 사고방식을 가진 현대여성들이 자식들은 족쇄이고 가정은 감옥
이라고 외치는 것과는 달리 일평생을 가족을 위해 현모양처로 사셨던 이명상친구의
어머님의 얼굴이 아직도 또렷이 저의 기억에 남아 있읍니다.  저가 그림에 소질이
있다면 크고 시원한 눈을 가져셨던 전형적인 동양미인 이셨던 친구 어머님의 얼굴을
잘 그릴 수 있을텐데 아쉽군요.

수정동을 떠나면서 마음속으로 용서를 빌었읍니다.
어머님.  가족들 데리고 겁 없이 나이들어 공부한다고 미국 땅으로 가게 되어서
생전에 뵙지도 못하고 마땅히 자리를 지켜야 했던 마지막 가시는 길에 참석하지도
못했읍니다.  그토록 저희들을 귀여워 해 주셨는데.

시대의 변천에 따라 세상의 많은 것이 변하기는 하지만 이세상에서 꼭 변하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고 확신합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님의 사랑인데, 이명상 어머님은 우리들에게 유별난 사랑을
주셨읍니다.

정말로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의 속도를 매일 느끼고 있읍니다.
친구 여러분, 인생의 지도를 잘 완성하기 위해서 열심히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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