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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계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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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5-04-19 06:38 조회11,7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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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필요한 식품을 구입하기위해 한국수퍼마켓에 갔는데 엄마가 미는 카트에
타고 있던 어린아이가 까르륵 웃음을 터뜨리는 얼굴표정이 너무나 환상적이었
읍니다.  애기공주님은 언제 어디서 보아도 귀엽죠.
어린아이도 겨울옷을 벗고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이제 완연한 봄이
되었나 봅니다.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생활속에 같이 있어야할 물건들도 정리하는 봄청소가 가끔은
있어야 할것 같아 토요일에 책, 서류, 옷들을 분류하기 시작했읍니다.
7년전에 이사올때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는데 그사이 많이 생겼네요.
오래된 전공분야 책들은 지금 읽지도 않고 무겁고 거치장스럽기만하여
과감히 버렸읍니다.

거실에 놓여있는 그리고 나의 마음속에 항상 정리대상 1호인 약 13년전에 구입했던
이제는 구식이 된 스테레오 전축과 노래방기계에 눈이 멈추었읍니다.
몇년전부터 한번도 사용하고 있지 않기에 구세군이 운영하는 중고품 수거센터에 전화하여 기부해야지하고 머리속에만 생각하고 있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읍니다.  사실은 좀 아까운 느낌이 있거던요.
가장 아끼는 꽃을 때가 되면 버리는 나무처럼 살아야 되는데.

계륵 ( 닭 계, 갈비뼈 늑 )
닭의 갈비뼈라는 뜻이죠.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재의 말기.
위나라 왕인 조조의 군대가 촉나라 유비를 정벌하러 하였으나 제갈량의 모략에
빠져 군량을 잃고 진격하기도 수비하기도 곤란한 상태에 있었으며 이 상황을 보고
조조는 스스로 계륵일 따름이라 했읍니다.

조조 부하들은 모두 그 진의를 알지 못하고 있었으나 오직 한사람 양수는
그 뜻을 깨닫고 미리 철수할 준비를 했다 합니다.
후한서 양수전이라는 고사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닭 갈비는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없으나 버리기는 아깝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다지 쓸모있는 것 혹은 도움이 되지는 못하면서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이나 사람을 비유한다 합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표현할때도 사용합니다.
구식 전축과 노래방기계를 보고 계륵이란 말이 생각났읍니다.

식목일날 T.V에서 불타는 낙산사를 보신 여러분의 느낌은 어떠했는지요.
너무 안타까운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깊은 산에 있는 사찰을 생각하면 댕그렁 댕그렁하는 풍경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우리나라에 화엄경과 관련되는 최초의 승려는 자장입니다만, 화엄종의 초조는
신라의 의상대사이며 관음의 성지인 낙산사를 창건하신 분입니다.
의상대사는 태백산, 소백산, 낙산등지에서 화엄교학, 관음신앙, 화엄경에 등장
하는 보살들의 연구에 치중하셨읍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화엄경은 여래의 지혜 광명이 세상의 모든 존재에 비치며,
부처.중생.마음은 아무런 차이가 없어서 깨달으면 부처이고, 그리고 선재동자의
실천구도등이 중심 내용인 불교의 경전입니다.

불타버린 낙산사가 다른 사찰과 다른 점은 절의 본전에 부처를 모시고 있지 않아 대웅전이라 하지 않고 관세음보살을 모시고 있어 원통보전이라 합니다.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의 중생 구제의 화신으로 온갖 재앙을 만난 사람이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그에 응하여 구원에 적합한 33가지 몸으로 변신하여
중생을 구원한다고 합니다.
낙산사의 관음은 욕정에 시달리는 어리석은 승려 조신을 깨우쳤고, 수도할 곳을
찾는 신효거사에게 관음은 노부인으로 나타나 장소를 알려 주었다는 설화가 있읍니다.

관세음보살의 설화에서는 여인들과 노비들이 관음의 몸으로 나타나 인간평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관음의 신앙이 현실의 복만을 추구하는데 너무 치우쳐
불교 본연의 목표인 영혼의 구원및 해탈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읍니다.

사라저 버린 아름답고 귀중한 사찰과 문화재가 조속히 복원되기를 바라며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시간 갖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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