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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지치고 슬픈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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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5-02-15 07:56 조회11,7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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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에 여고생들이 Heart 모양의 풍선을 든 즐거운 표정, 꽃.인형등을 파는 노점상들을 주유소 가장자리에서 볼 수 있었기에 2월 14일 Valentine Day (연인의
날 )을 기억할 수 있었읍니다.
황제의 허락없이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결혼 시켜준 죄로 로마시대에 순교한 발렌타인 사제를 위해 해마다 축일로 기념하고 있다죠.
사랑에 무덤덤한 나이가 되니 이런 날은 관심이 없어집니다.

월요일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젊은 직원이 퀴즈를 냈읍니다.
Plane (비행기)에서 먹는 도넛 (Doughnut)은 어떤 도넛일까요.
정답은 Plain (평범한 )도넛이라 하네요.
철자는 다르지만 발음이 같아서 그렇다는 썰렁한 유머였읍니다.

식위정수 ( 먹을 식, 할 위, 정사 정, 머리 수 )
먹고 사는 문제가 정치의 으뜸이다, 즉 사람살이는 걸국 먹고 사는 문제로 귀결이 된다는 이야기 입니다.
조선조 실학적 세계를 끌어내고 봉건적 지배에서 민중을 해방하며 서양 과학기술을
수용하고, 하늘 밑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했던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입니다.

1 월 11일 화요일 새벽 12시 50분경 새마을호로 서울역에 도착했읍니다.
지방에서 저녁 약속이 있어서 맛있는 음식과  50세주 두 병정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후 낯 설은 지방보다 서울의 호텔에서 쉬고 싶어 서울행 기차를 타게 되었죠.
출장으로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고 술을 조금 마셔서인지 좌석에 앉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는데, 객차 차장이 깨워서 일어나보니 손님은 모두 나가고 저 혼자 남아 있었읍니다.  아무도 없었지만 굉장히 창피한 느낌이 들었읍니다.

표 받는 근무자도 없는 출구를 나와 작은 서류가방 하나 들고 역내 화장실을 들렸는데 깜짝 놀랐읍니다. 
신문과 TV를 통해서만 보았던 노숙자들의 모습을 실제 저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화장실 입구와 안에 여러 팀이 앉아서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데 자세히 귀 기우리니 정치 이야기였읍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까 노숙자의 생활이 어떤 상태인가 더욱 궁금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밖으로 나와 택시 타는 것을포기하고 명동에 위치한 호텔까지 걷기로 작정
한후 지하도로 향했읍니다.
사람 마음은 죽 끓듯 변덕스러울 때가 많지요.
기차에서 내릴때는 빨리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서 추위를 피해야지 했는데.

희미한 외등이 비추는 지하도 옆의 발가벗은 겨울나무의 모습은 차디 찬 바람으로
스산한데, 지하도로 내려가니 지치고 허기진 약 30여명의 노숙자들이 모두 잠자고
있었는데 Sleeping Bag을 가진 노숙자는 단 2명이고 나머지는 박스나 신문지를 담요처럼 감싸고 자고 있었읍니다.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하는 저들은 누구인가.
열심히 사업을 잘 하다가 한 순간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부도를 낸 사람들인가.
빠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느리고 나이들어 사오정을 경험한 직장인.
믿고 믿었던 주위의 사람들에게 사기를 당한 순진한 사람들인가.
그들 모두 나름데로 삶의 상처와 아픔을 견디고 버틸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절망에
절망을 겪고 나딩글어진 버림받은 노숙자들.
분명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지 외계인은 아니었읍니다.

지하도를 올라오니 찜질방, 노래방, 단람주점, 음식점등 새벽 1시가 넘었는데 화려한
네온싸인의 밝은 도시가 펼쳐저 있었읍니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격언이 있죠.
경제로 올 인 한다 해도 그 많은 가난한 사람들 정부의 힘으로 다 구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난방이 잘 되어있는 숙소에서 하루 재워주며 따뜻한 배추국과 밥 한그릇도 중요하지만, 사회가 이들을 망가지게 했고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았으니까 이들에게
심리적.정신적 치료를 우선 하여 그들 스스로 인생이 끝났다는 잘못된 생각을 고쳐준후,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간단한 직업이라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면 하는 마음입니다.
아마도 노숙자들 중에는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도 많으리라 봅니다.

여러분들 주위의 가까운 곳에서 매일 밤마다 볼수있는 병들고 슬픈 버림받은 노숙자들의 삶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지난 달 추운 겨울밤 화려한 서울의 거리에 가려져 있는 고독한 노숙자들이 생각나
관심을 가지며 나의 삶의 모습을 반성해 보았읍니다.

미국 L.A에 노숙자들이 있지만 이곳에서는 늦은 시간에 그들의 곁을 걸어갈 수 없죠.
아주 위험하니까요.  우리나라는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재미나는 하루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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