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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Thanksgiving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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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상철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4-11-16 08:11 조회12,4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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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음력 8월 15일이 한가위이며 햇 곡식으로 음식을 만들어 햇 과일과 함께
조상에 바치고 감사를 하며 가족들이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미국의 추석인 추수감사절 올해는 11월 25일 (목) 입니다.
Mayflower호로 미국에 이주한 Pilgrim이라는 영국의 청교도들이 (Protestant) 첫수확지인 Plymouth에서 1621년 인디언을 초청하여 감사제를 시작했고 세월이 흘러 미국정부에서 11월 네째 목요일을 추수감사절로 제정한 후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합니다.  이날은 가족,친지들이 함께 모이며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칠면조
(turkey) 요리를 먹는 풍습이 있으며, 많은 제조회사들은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휴무를 하고 은행,우체국,무역회사들은 금요일 근무를 합니다.

‘댁의 귀여운 자녀 친자식처럼 잘 보살펴 드립니다’
멋있는 필체로 하얀 종이에 큼직하게 쓴후 저의 집사람은 Santa Clara에 있는 조그마한 한국인이 운영하는 Super market의 계산대 옆 벽에 부쳤읍니다.
미국에서 나의 대학원 첫 학기가 거의 끝날 무럽인 81년 11월 말, 지금도 Comedy 영화를 보면 두 아들은 웃고 나는 뜻을 몰라 멍하니 있는 한심한 영어실력이지만
그때는 영어인지 한국말인지 더욱 헤메이던 시절이었읍니다.  유학생 부인으로
생활비의 일부라도 벌고저 집사람이 우리 애들과 같이 돌봐즐 아이들을 찾는
Baby-sitter을 위한 구직광고 였읍니다.

며칠후 집으로 한통의 전화가 왔읍니다.
한국에서 친정 부모님이 방문했기에 Los Angeles를 갔다 와야하는데 생후 한달된
여자아기를 돌봐줄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였읍니다.
첫 손님이었고 마지막 손님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Of Course, Yes 였읍니다.
이로써 애기가족과 저의 가족의 만남이 시작되었읍니다.

한달된 갓난아기는 저희 집에 맡겨졌고, 매일 목욕시키고 우유를 먹일때 우리 애들이
서로 도운다고 야단이었으며 며칠 후 집을 떠날때 우리 식구는 마치 우리 애기를 떠나 보내는 심정으로 서운했읍니다.  애기 부모님들은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한 후 Chicago에서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San Jose에 있는 미국병원에 취직이 되어 와있던 상황이었으며 그후 L.A 근교에서 개업을 하게되어 이사를 갔고 저도 박사과정을 위해 L.A로 오게되어 자연히 서로의 만남이 계속되어 계절마다 Cherry,
사과등을 따러 가족들과 농장으로 다녔으며 해마다 Thanksgiving Day가 되면 이 분들의 집에 초대 받아 가족들끼리 모여 오붓한 하루를 보내고 잇읍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수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인연이 어우러서 가로 세로로 직조
되는 편물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옷감과 비유되기도 한다는데 이 분들은 포근한 새털
구름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언제나 얼굴에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으며, 너무나 아름답고 맑은 삶을 사는 우리의 좋은 친구입니다.  부모님들이 항상 착한
마음씨를 간직하고 있으니 자식들도 – 장녀는 의대에 재학중, 장남은 화학 박사과정, 차녀는 대학원 재학중 – 부모님의 아름다운 본성을 본받아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 보기가 참 좋읍니다.

금아 피천득선생님의 수필집 인연에 있는 내용의 일부입니다.
선생님이 좋아했던 일본인 아사꼬와 세번째 만났을때 싱싱하여야할 젊은 나이에
백합같이 시들어 가는 아사꼬의 얼굴을 본후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꼬와는 세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 가족들과의 만남은 아사꼬와의 해우와는 달리 저희 가족
에게는 큰 선물이며 또한 행운이었읍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는데 젖먹이와 시작된 만남의 깊이는 아마 전생에서
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죠.

좋은 하루 맞이하시고 즐겁고 재미나게 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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