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친구(박철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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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3-26 14:53 조회6,824회 댓글9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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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형님, 철호형이 죽었다는데 장례식장에 함께 갑시다.’ ‘그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순식간에 머리를 스친다. 누구 못지않게 술에 취해 살아왔던 친구다. 때로는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술값이란 술값은 의무라도 되듯 구겨진 지갑에서 주섬주섬 내놓던 그 친구.
가끔 술자리를 할 때면 나는 친구에게는 술을 따르지 않았다. 한 잔이라도 덜 먹게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술자리를 떠야지’ 잠시 침묵하든 나는 ‘오늘 우리 편내기 당구 한 게임합시다.’ 나는 당구를 잘 치질 못한다. 그리곤 먼저 챙길 것 다 챙기고 술집을 나선다. 친구와 일행은 못내 술이 차지 않은 듯하면서 뒤를 따른다. 이렇게 몇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언제 부터인가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술좌석에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사고가 났는데 급히 돈 300만원만 빌려도...’ 사고는 무슨 사고? 그래도 얼마나 급하길래 나한테 전화를 했을꼬... 은행에서 삼백을 인출하자 ‘50원만 더 빌려줘’ 한다. 돌려받기 어렵다는 걸 알지만 나는 선뜻 삼백오십을 손에 쥐어 주었다. 그날로 그 친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십수년 만에 들려온 소식은 한많은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친구의 死因은 무엇인가? 모두들 쉬쉬한다. 나는 생전에 따르지 않았던 술 한 잔을 그에게 가득 채워서 제단에 올렸다. 그리고 고개 숙여 ‘철호야, 저 세상에 가서는 행복한 술 자주 마시거라.’
눈물이 핑 돈다. 동창이라곤 오직 나 하나뿐... 10여년간 끊었던 담배를 입에 물고는 ‘어떻게 죽었을까? 병원에도 한 번 가지 않았다는데...
아버지는 우리 초등학교(봉래) 교감선생님이신데, 그 분의 묘소는 고성 선산에 묻히셨다는데.. 이 친구는 내동(나동) 공원묘지가 장지라네...’
나는 생각한다. ‘그렇구나, 이놈은 스스로 한 많은 삶을 등진 게 분명해...???’ 친구의 명복을 빌어 본다.
'서로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중요한 일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으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가 하는 일을 보고 그를 존중하고 각각의 다른 사람들을 보고 배우는 일이 중요하다. 서로 사람들은 각자의 다른 성격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東素河 이현판
댓글목록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봉래국민학교 42회. 진주중학교 14회 진주고등학교 38회. 1438친구 우리들의 잊혀진 친구 박철호 이야기다. 금년 2월에 산 푸르고 물맑은 이세상보다 더 좋은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났다.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핸판아 올만이네 그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존일 했다 초야에 뭍혀 다른칭구들과는 내통이 없었다니...
소시적에 운명을달리한 이섭이칭구, 어르신말고 또 교감샘이 있었던가베 ?
생각이 가물가물해서...
항상건강하시게
내려가면 같이 한띄비 함세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교감선생님 존함이 박민기 선생님이셨지. 조용하시고 자식처럼 우리들을 타이르고 바른길로 인도하셨던 분이라 지금도 그때 그모습이 생생하게 떠 오른다네..
얼마전에는 대규하고 50여년만에 이충섭이를 만나 삼계탕에 인삼주 한잔 했다. 대규가 그날 용 많이 썼지. 자기 집에 초대까지 받아 손수 만든 커피도 한잔...!!! 진주 들리면 전화하게나..
그래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일요일(24일) 정연대 친구를 만났네. 죽기전에 보고픈 사람이라 더욱 감회가 깊었다네... 47년 만이지... 사람이 사람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에게 깨우쳐 준 친구지만 실천하지 못함에 미안할 뿐. 철영이하고 셋이 못마시는 소주를 얼마나 마셨는지 정신이 알딸딸..
노래방에서 정신 좀 차리고 헤어져 홀로 집으로 비틀거리면서 생이란 무엇인가? 친구란 무엇인가?를 되뇌이며 돌아 왔단다. 네친구에게 감사하는 말을 전한다. 자네에게도.....
김상철님의 댓글
김상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현판아,
잘 지내지?
일반적으로 우리도 살면서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데, 철호의 마음에는 어떤 불안이 있었기에 세상을 빨리
떠났을까.
비봉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역사 깊은 봉래초등학교의 옛친구가
올해는 개나리와 진달래 구경도 하지 못하고 떠났네.
다음 생이 있다면 힘든 세상을 살아야하는 이곳에 내려오지 말고
철호가 좋은 세상에 머무르기를 빈다.
진주에 가면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한번 가지면 한다.
마음은 있는데 짧은 시간 동안 진주에 머무르면서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친구들 볼 기회를 갖지 못했네.
건강 잘 챙기고.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상철아!
가는세월에 머리카락도 희고 수염도 하얀데
어찌하여 육신의 속내는 까맣에 타 들어가는지...
요즘은 절육하고 있으니 타다 만 육신이 조금이나마 희어졌는지 모르겠네
참... 나도 인간이라고..
사진첩에 서 있는 자네 모습이 국민학교 우리반 상철이가 진하게 보이더라.
지난 글 속에 죽은 친구의 애창곡 '가는세월', 나도 울컥하면 불러 본다오.
항상 가는세월과 함께한 인생 여정에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바람이 자면 세월이 잠시 멈춘 듯하다 거센바람 불면 멈춘세월이 덤으로 흘러가더이다.
누구 말대로 모로가나 질러가나 우리 모두의 종착점은 같다고...
이젠 바람자는 날이면 훨훨 하늘을 날아보기도하고
폭풍이 몰아치면 그자리에 멈출줄 아는 세월의 지혜를 터득했나 보이..
항상 건강하시고 가는세월 바다에 편주 띄워 넓디 넓은 세상
빙~ 둘러가는 삶의 여유를 가져보세나...올 해도 가화만사성하시게.
권성영님의 댓글
권성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박철호 쪼맨하이 해갔고 약간의 뻐드렁니?
중학교때 행동은 그때로 말하면 사내다웠지
오! 봉래! 사람이 많으니 사연도 많구만
중학 졸업후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쪼맨한 친구들
다오대갓을꼬? 젤 작은 김진우,임채권,박철호,...............
오까네 350을 줬다고?
잠언 19장 17절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것은 하나님께 꾸어 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주시리라.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새도 등산은 자주 하시겠지?
그러고 보니 철호의 키가 160쯤..
자세히 보면 잇빨이 약간 나온 듯 하네요.
그 친구는
남의 것이 내 것이요
자기 것을 남의 것으로 여긴
이방인 같은 삶을 살았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겠지..
왜 그렇게 살았을까?
오로지 술을 자기 분신처럼 사랑하게 된 연유는 무얼까?
대충 짐작은 가나 입이 무거운 친구라 진솔한 답변을 듣진 못했어
자기만의 가슴 깊이 묻어두고 싶은 것이라 여겨지네
벌써 3월이 다 가고 오늘 하루도 먼 산을 기웃거리니
오늘 내일 생각지 말고 지금만 벗하며 살아가시게
건강하시고 다복한 가정이 되길...
구자운님의 댓글
구자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민기 선생님이라면 나도 조금 아는데
내가 알기로는 남해 사람으로 아는데
박선생님이 중안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있을 때
그집 (봉곡동 로타리 옆에 있던 교장 사택)에서 입주 알바이트 한 적이 있거던--
이현판님의 댓글
이현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있었나? 건강하시고?
그래, 그 선생님 맞다.
우리 다닐 때도 학교안 사택에 사셨지...
시절따라 발길과 눈길을 돌리며
세월과 보폭을 함께하는 자운이 아닌가?
날 좋아 방랑하기 좋은 계절에
혹여 반겨줄 이 있을 줄 누가 알리..
나들이 준비하시고 훌쩍 떠나보시게..
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