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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터의 산문이 생각나는 세시봉 친구들 - 최수니 - 조선블로그뉴스(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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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자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02-28 20:08 조회9,8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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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터의 산문이 생각나는 세시봉 친구들 -

 최수니 - 조선블로그뉴스(201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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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오후

세시봉 친구들을 재방송해 주기에 오랜 시간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설 특집으로 한 방송인데 그때는 못 보고 지나치고 재방송을 보게 된 것입니다.

워낙 장안에 화제가 되고 인기가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요일 중요 프로그램을 빼고 세시봉 친구들을 방영하게 되었나 봅니다.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이장희 양희은씨 등 추억의 가수들을 한 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추억으로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세시봉 친구들!

그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고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었고

그들이 부른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산 이유로

그들이 내 친구 같이 친근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와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하나도 낯설지 않고 내 젊은 날의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 오는 것입니다.


금지곡이라는 노래도 지금 들으니 너무 하찮은 이유 때문에 웃음이 날 정도입니다.

잘 아시는 김민기씨의 "아침 이슬"은

~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이 대목이 걸려서 금지 되었답니다.

붉다는 것은 적성국가의 그 빨강을 상징하는 것으로 그것이 떠오른다는 것이 불온한 사상이라는 겁니다.

송창식씨의 "왜 불러"는 장발 단속에 걸린 사람들이 도망가면서 단속반을 놀릴 때 사용되었다고 공권력에 도전하는 노래라 금지 되었고

윤형주의 "비의 나그네"는 호우경보가 발령된 홍수가 난 밤에 들으니 "밤을 새워 내리라"고 불난데 부채질 한 노래라 금지곡은 아니지만 비오는 밤에는 틀지 못하게 했다는 군요.

비오는 밤에 “비의 나그네”를 들으면 제격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러니도 있었더군요.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 시절은 제법 심각한 고민과 고통이었습니다.


그들 네 명은 아니 이장희씨 까지 다섯 명은 모두 음악의 천재들로 보여 집니다.

어떤 노래가 나와도 기타의 코드를 잡아 노래했습니다.

자신의 노래는 물론이고 친구의 노래에도 익숙하게 반주를 합니다.

그들에게 기타는 분신이 아니라 그분들 신체의 일부분으로 느껴졌습니다.

요즘 젊은 가수들이 노래 보다 비디오가 되어 텔레비전에 뜨는 것과는 다른 음악에 대한 재능과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 입니다.

윤형주씨는 기타를 연주하다가도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데

청년 때만 멋진 것이 아니라 지금 나이에도 너무 멋진 모습입니다.

악상이 떠오르면 즉석에서 작곡도 하고 작사도 하고 그 즉시 노래하고 천재라는 표현이 부족해 보일 정도입니다.


그들이 하는 대화를 듣다가 아주 특이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간의 화제가 되는 조영남씨의 행적은 모두 아는바와 같습니다.

첫 아내와 이혼하고 여성 편력에 대한 얘기를 아무거리낌 없이 하는데 요즘 들어서는 첫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많이 미안해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고개를 숙이더군요.

네 남자 중 세 명은 첫 결혼을 유지하고 사니까

비율로 따져보면 25%의 남자는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았고

75% 남자는 어렵지만(!) 가정을 지켰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 75%의 사람들에 의해 사회의 질서가 유지 된다고 보면 맞습니다만 한사람 이단아 취급을 받는 조영남씨도 왠지 밉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윤형주씨도 조영남씨의 자유로운, 어쩌면 방탕한 행동이 부럽다는 뉘앙스로 말하더군요.


규범을 지키며 착실하게 산 사람은 부끄러움은 없을지 몰라도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난 받지 않으려고 조심하고 산 인생이지만 내가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얘깁니다.


여성편력이 심한 분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어도 역시 후회가 남아 다음 생애는 결혼을 한 번만 하겠다고 하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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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친구들 1,2 부 세 시간을  보고 나서 내킨 김에 추석특집으로 MBC “놀러와” 에서 했다는 프로도 다 찾아서 봤습니다.

비싼 케이블을 사용하는 대신 필요할 때 찾아 볼 수 있는 기능이 텔레비전에 있어서 그런 것이 좋더군요.

추석특집을 먼저 보고 설 특집을 봤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거꾸로 봐도 괜찮았습니다.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어쩐 일인지 내 머리엔 "페이터의 산문"이 생각납니다.


무한한 물상(物象)가운데 네가 향수(享受)한 부분이 어떻게 작고,

무한한 시간 가운데 네게 허여(許與)된 시간이 어떻게 짧고,

운명 앞에 네 존재가 어떻게 미소(微小)한 것인가를 생각하라.

그리고 기꺼이 운명의 직녀(織女) 클로토의 베틀에 몸을 맡기고,

여신(女神)이 너를 실 삼아 어떤 베를 짜든 마음을 쓰지 말라.


아, 온 날을 세지 말며, 그 날의 짧음을 한탄하지 말라.

너를 여기서 내보내는 것은, 부정(不正)한 판관이나 폭군이 아니요,

너를 여기 데려온 자연이다.

그러니 가라. 배우가, 그를 고용한 감독이 명령하는 대로

무대에서 나가듯이. 아직 5막을 다 끝내지 못하였다고 하려느냐?

그러나 인생에 있어서는 3막으로 극 전체가 끝나는 수가 있다.

그것은 작자(作者)의 상관할 일이요, 네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기쁨을 가지고 물러가라. 


누구는 3막에서 끝나기도 하지만 이분들은 새로운 5막을 시작하는 듯합니다.

그것도 힘차고 아름답고 멋지게 시작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들과 공유한 세월을 잊고 살다가 30년을 훌쩍 뛰어넘어 뜻하지 않은 공간에서 다시 조우하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내 삶이 반추되어 쓸쓸하기도 했습니다.

노래만 부르며 사는 세월도, 엄격한 도덕을 지키며 반듯하게 산 사람도 자유롭게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 욕을 엄청 먹으며 사는 사람도 지으신 이의 상관에 따라 운명의 예정대로 살아가는 것을 보는 듯 했습니다.

그냥 불평 없이 하루하루 나를 실을 삼아 어떤 베를 짜든 내가 마음 쓸 일이 아니고

조물주가 하는 일이겠거니 .......... 이런 생각이


왜 세시봉 친구를 보면서 드는지 알 수 없는, 아니 설명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분들이 그러더군요.

다 들 60세가 넘었으니까 언제 누가 먼저 죽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누가 가장 오래 까지 살아남아 특집 프로를 할 때 이 프로가 방영 되는 것을 보지 않겠느냐 구요.

페이터 산문에 나오는 말처럼,

무대 감독자가 배우에게 “무대에서 내려가라”고 명하면 내려갈 수밖에 없듯이,

그들도 나도 감독자가 내려가라시면 내려가 있다가 다시 불러주어

5막 무대에 오른 감격 같은 것이 느껴져서 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냥 즐거움으로 봐도 좋을 장면들을 보면서 괜히 페이터의 산문을 떠 올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젊지 않고 나이 들어간다는 증거겠지요?


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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