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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논평 - 아내가 싫어질 때, 당신의 선택은? -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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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자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07-15 09:50 조회12,3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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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싫어질 때, 당신의 선택은? - by bluep60 - 저널로그(2011.07.12.)


사람을 싫어하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것도 없지만 사랑해서 결혼한 배우자가 보기 싫은 것처럼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도 없다. 사랑은 짧지만 그 순간을 기억하고 사는 것이 결혼이다. 하지만 행복했던 순간조차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는 이미 부부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이미 식어버린 사랑인 줄 모르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배우자는 정말 부담스럽다. 권태기에 곁에 다가와 앉아 있는 모습조차 부담스럽지만 결혼한 사람들은 미워도 고와도 내 운명이거니 하고 체념하고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운명을 피해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전생의 업이거니 하고 살자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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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 엥겔브레히트의 <쫓겨나는 하갈> - 년도 미상, 목판에 유채,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살면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 싫어지면 안보면 되지만 배우자는 싫어도 볼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매일 같이. 사랑이 커서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족쇄가 되어 인생의 고통을 주는 것이다. 


배우자가 싫으면 집을 나가면 그만이지만 집이라는 것이 인생의 결정체이기 때문에 그리 쉽게 나가지는 못한다. 자신의 전부를 배우자에게 넘기고 싶은 남자는 없기 때문이다. 


사랑이 사라진 부부를 그린 작품이 루카스 엥겔브레히트의 <쫓겨나는 하갈>이다. 이 작품은 구약성서 창세기의 한 장면을 묘사했다. 


아브라함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는 이집트 하녀 하갈과의 관계를 허락한다. 아브라함은 하녀 하갈과 사이에서 아들 이스마엘을 낳자 사라가 아브라함의 적자 이사악를 낳는다. 이사악이 태어나자 사라는 자신을 구박했던 하갈을 내쫓기 위해 남편에게 압력을 가한다. ‘그 계집종과 아들을 내쫓아 주십시오. 내 아들과 그 아들이 상속자가 될 수 없습니다.’ 사라의 압력에 아브라함은 하나님에게 답을 구한한다. 하나님은 ‘사라가 하는 말을 다 들어주어라. 이사악에게서 난 자식이라야 네 혈통을 이을 것이다.’ 


아브라함은 다음 날 아침 하갈에게 얼마간의 식량과 물을 주며 이스마엘과 함께 광야로 내쫓는다. (창세기16:1~12)

하갈은 식량이 들어 있는 바구니와 물병을 들고 맨발로 걸어가고 있고 남루한 옷을 입은 이스마엘이 하갈의 옷을 잡고 아브라함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다. 칼을 차고 완전 무장을 아브라함은 손가락으로 황야를 가리키고 있지만 하갈의 시선을 피하고 있다. 


루카스 엥겔브레히트<1495~1552>은 이 작품에서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세 사람 발에 신경을 썼다. 하갈과 이스마엘의 맨발은 집에서 쫓겨나고 있는 상황을 암시하며 두 사람의 엇갈린 시선은 변해버린 애증을 나타낸다. 잎이 무성한 나무로 둘러싸인 웅장한 집과 대비되는 풀 한포기 없는 하갈이 딛고 있는 땅은 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황야를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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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의 <톨로메의 라 피아> - 1868~1880년, 캔버스에 유채, 캔자스 대학교 스펜서 미술관 소장


살면서 아내가 미워질 때는 순간순간 많다. 뜬금없이 밤에 샤워를 한다든다, 보양식을 준비한다든가, 할 때에는 정말 순간적으로 아내가 아니라 왠수만 싶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러저런 사소한 이유로 미워질 때는 금방 잊어버리지만 무슨 일을 해도 아내가 미워질 때에는 결혼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다. 그럴 때 결혼을 취소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결혼은 개인적 책임과 더불어 따라오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다. 


남자는 여자보다 더 사회적 동물이다. 사랑 때문에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행동을 하고 싶어 하질 않는다. 다만 치밀하게 사랑을 제거할 방법을 찾는다. 운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운명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 남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 로제티의 <톨로메의 라 피아>다. 이 작품 단테의 <신곡>중 <연옥>의 한 정면을 묘사하고 있다. 가톨릭에서 이혼을 인정하기 않기 때문에 중세의 가톨릭 신자들은 종교적 이유 때문에 마음에도 없는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라 피아의 남편은 결혼 후 다른 여자가 생겼다. 그는 그 여자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아내와 이혼을 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아내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라 피아의 남편은 그녀를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마렘마가 무성한 요새 꼭대기에 가두어 서서히 죽게 만든다.


여인은 반지를 만지며 앉아 있다. 왼손에 끼워진 반지는 결혼반지를 의미하며 만지고 있는 것은 남편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라 피아 옆에 있는 기도서 위의 묵주와 머리 위의 무화과나무는 종교적 의미를 상징하고 있으며 기도서와 묵주는 여인이 신앙심이 깊은 것을 암시한다. 무화가 나무는 기독교에서 신성한 나무로서 이 작품에서 여인의 마지막 순간을 예수 그리스도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의자에 힘없이 기대어 앉아 있는 것과 여인의 창백한 피부는 죽음의 길에 가까워졌음을 상징한다. 


오른쪽 끝에 있는 담쟁이는 전통적으로 부부간의 정절을 상징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부부 간의 정절이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으로 사용되었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1828~1882>의 이 작품의 모델은 라파엘로 전파의 한 사람이자 로제티의 친구인 윌러엄 모리스의 아내였던 제인으로서 로제티와 불륜에 빠져 19세기 영국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로제티는 제인과의 특별한 사랑을 신화나 문학작품으로 표현했는데 이 작품은 남편과 사랑이 없는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는 제인의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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