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향기 - 정운현 - 오마이뉴스( 2011/02/10) 08:00) > 노변정담

본문 바로가기


회원로그인

노변정담

역사의 향기 - 정운현 - 오마이뉴스( 2011/02/10) 08:00)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구자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1-02-10 14:34 조회9,457회 댓글0건

본문

역사의 향기 - 정운현 -

오마이뉴스( 2011/02/10) 08:00)



지난 2009년 3.1절에 맞춰 현직 부장검사가 책을 한 권 펴내 화제가 됐었습니다. 저자는 구본진(46) 당시 법무연수원 교수이며, 책 이름은 <필적은 말한다>(중앙북스 펴냄)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글씨만으로 그 사람의 성향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말하자면 획의 삐침이나, 글자 크기, 행 간격, 속도 등을 보고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____.png

<필적은 말한다> 표지

 

2._.jpg

구본진 교수


그는 이 책에서 지난 10년간 수집한 항일운동가 400여명의 글씨 600여점과 친일파 150여명의 글씨 400여점 등 1000여점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글씨만으로도 항일운동가와 친일파를 정확히 구분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책은 때마침 3.1절에 맞춰 출간되면서 여러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선 그가 책에서 주장한 핵심내용의 일부 옮겨보겠습니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이 어느 정도의 학식이나 정신적 수준을 갖췄는지, 성격이 어떤지, 어떤 마음 상태인지 알 수 있다. 학식이 높은 사람은 글씨가 완숙하고, 선 굵은 대인의 면모를 가진 사람은 글씨가 크고 속도도 빠르고 시원시원하다. 곧은 품성을 가진 사람은 글씨에 힘이 있고 최소한 정제된 균형미가 있다. 자결한 사람, 관료로 평생을 바친 사람, 의병장으로 기개를 떨쳤던 사람, 어진 선비, 교활한 친일파 등의 특징이 글씨에 유형적으로 드러나고 구체적인 성격도 밀도 있게 분석해보면 알 수 있다.” (56쪽)


"항일 운동가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작고 정사각형 형태로 반듯하며 유연하지 못하고 각지고 힘찬 것이 많다. 글자 간격은 좁고 행 간격은 넓으며 규칙성이 두드러진다. 반면 친일파의 전형적인 글씨체는 크고 좁고 길며 유연하고 아래로 길게 뻗치는 경우가 많다. 글자 간격이 넓고 행 간격은 좁으며 규칙성은 떨어진다." (93쪽)


“자결한 항일지사들의 글씨는 더 반듯하고 더 규칙적이며 상당히 정돈되어 있다. 글자의 선은 곧고 각진 것이 많다. 이들 특징은 일반적인 항일운동가와 다를 바 없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마음먹은 것을 곧 행동에 옮기는 습성, 빠른 결단력, 이것이 속도의 빠름과 관련 있다.” (148쪽)



그러면 과연 그럴까요?


다음의 글씨 견본을 보고 독자 나름대로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3.__.png

이완용의 편지 글씨

 

4.___.png

이준 열사의 글씨

 

5.__.png

황현의 절명시

 

6.___.jpg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

 

이 글씨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뭇 사람들과 헤어지자니 더욱 더 아쉬워

고운 얼굴에 흰 머리는 바로 신선들이다

교린(交隣)의 기월이 맹단(盟壇)에 남아있으니

양국에 화기(和氣)가 오랫동안 맴돌리라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글씨. 하단부 붉은원 안은 伊藤博文의 '博文'이며, 파란 네모 안은 그의 호 '春畝(춘무)'임

 

7.__.jpg

을사오적 중 한 명인 박제순의 글씨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 소동파(蘇東坡)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씨를 논함에 있어 겸하여 그 사람의 생평(生平, 평생)도 논하면서 진실로 그 사람이 아니면 비록 글씨가 공교하다고 하더라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

조선 후기 시서화(詩書畵)의 대가이자 추사체로 유명한 서예가 추사 김정희(金正喜)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림에는 가슴 속에 만 권의 독서량이 쌓여서 피어나는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가 흘러야 한다.”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史)의 제자인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은 생전에 서예 이론서인 ‘서결(書訣)’을 남겼는데, 거기서 그는 이렇게 설파했습니다.


“항상 고요한 곳에서 먼저 그 마음을 바르게 하고(每於靜處 先正其心) 마음속으로 미리 획(劃)을 생각한 뒤에 써야 한다(豫想心劃 然後下筆). 글씨는 작은 도가 아니며(書非小道), 도의 근본은 인륜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道本助於人倫).”

 

8.__.jpg

이삼만의 산광수색(山光水色 : 산은 빛나고 물색은 아름답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2017 http://61.105.75.163 All rights reserved.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