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당지 원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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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0-01-16 01:24 조회5,559회 댓글6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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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춘당지의 원앙새
※ 겨울 창경궁에서 ※
◆ 하늘 파란 맑고 찬 날이나 눈 쌓인 하얀 날이나, 겨울 창경궁 둘러보면 어딘가 모르게 공허한 느낌이 더러 듭 니다. 정궁인 담장 너머 창덕궁보다 짜임새도 덜 한데다 곳곳에 빈터들이 휑하니 드러나 한 왕조의 상징인 궁궐 치고는 좀 황량하다 싶기까지 하군요. 그래도 의녀 대장금의 활동 무대, 장희빈의 저주, 영/정조 시대의 치세, 사도세자의 뒤주등 우리와 친숙한 일화들이 숱하게 담겨 있는 역사 현장인데 말이지요. 알다시피 궁안 건물들 대부분을 헐어내고 동물원/식물원으로 바꿔버린 일제의 만행 탓이라는군요. 처음 궁궐을 세운(1483년) 뒤 임란 때 불타 버리고 다시 재건해(1616년) 놓은 걸 또 훼손해 버린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이렇다할 문화재도 별로인 것 같습니다. 국보 하나(명전전-226호)에 보물 석점 정도ㅡ 1983년부터 다시 동물원이 이전되고 벚나무도 뽑 히고, 왕궁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나 옛날의 영화를 되살리기엔 너무 먼 것 같네요. 파괴는 한 순간이지만 그 복구는 요원한 짐이군요.
<문정전 ㅡ 1986년 복원,왕이 정무 보던 곳으로 앞 마당이 사도세자의 뒤주가 놓였던 자리>
<우측 홍화문과 가운데 옥천교 ㅡ보물제384호,386호>
<함인정과 숭문당 ㅡ 임금과 신하들의 학문적/연회적 교류가 이루어 지던 곳, 가운데 향나무 수령 300년>
<영춘헌과 집복헌 ㅡ 후궁들의 처소, 정조 독살설의 진원지>
<명전전 ㅡ국보제226호, 현존하는 서울 궁궐 정전중 가장 오래된 건물(창건 1616년)>
< 東闕圖중 昌慶宮 원래 모습 >
※ 멋진 자연경관 ※
◆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비교적 아름다운 자연 경관입니다. 300년 이상된 고목들도 있고 철거한 자리에 근래 조성한 숲과 조경수가 어우러지고, 종묘까지 이어지는 멋진 산책코스도 있어 허전함을 덜어줍니다. 겨울 모습 이야 나목에다 빛깔마저 칙칙해서 좀 그렇지만, 봄이나 가을 단풍 땐 바로 옆 창덕궁 후원과 더불어 그 풍광이 여간 예사롭지 않을 것 같군요. 궁궐 주변에서 오랜 세월 묵묵히 지켜 봐 온 고목들과 춘당지 부근에 새 터를 잡은 백송 세 그루가 유난히 눈길을 더 끕니다.
※ 춘당지 ※
◆ 春塘池 ㅡ 창경궁 안에선 젤 아름다운 곳입니다. 가운데 인공섬과 연못가의 실버들 그리고 단풍나무들이 어 울려 자체가 한폭의 그림이지요. 춘당지는 원래 왕이 몸소 농사를 행하던 여러개의 논이었답니다. 왕이 친히 쟁기를 잡고 소를 몰며 논 가는 시범을 보임으로써 풍년을 기원하던 곳이었는데, 일제가 창경궁 파괴할 때 그 자리에 연못을 파서 보트타고 즐기는 유원지로 만들어 버렸다는군요. 그처럼 깊은 뜻이 담겨 있었건만...... 이젠 해마다 수십 수백마리 원앙떼가 서식해 그 장관을 즐기러 찾는 관광객에겐 더없이 인기 있는 장소가 되었 습니다. 사실 나도 그렇네요. 새삼스레 웬 창경궁 타령이냐고? 솔직히 고궁은 뒷전이고 원앙 보러 찾은 거지요.
※ 춘당지의 원앙새 ※
◆ 한강 철새 틈에도 원앙이 간혹 보입디다만, 그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고, 땅콩 한 주먹이면 우루루 날아 모여 집비둘기 마냥 가까이 더불어 볼 수 있는게 이 곳 춘당지 원앙입니다. 얼음사이든 눈밭이든 무리 지어 노니는데, 어떤 때는 수십마리 많을 때는 수백마리ㅡ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일부는 터줏대감이고 일부는 철새 손님이라 그렇겠지요. 자료에 보니 원앙은 중국 동북부, 우수리,사할린, 한국 등지에서 번식하여 우리나라엔 광릉,팔당댐, 포천 소흘리, 한강, 제주도등지로 도래하는데 귀한 조류라 천연기 념물 제327호로 지정 - 보호되고 있다는군요. 새벽과 해질 무렵에 먹이를 잡고 낮에는 그늘진 곳에서 지내며, 도토리를 가장 좋아하고 농작물도 즐겨 먹는다고 적혀 있습디다만, 이 곳에선 관람객이 던져 주는 땅콩에 춤을 춥니다. ※ 원앙이라는 새는 ※ ◆ 원앙을 찾아 다닌 건 바로 그 눈부시게 곱고 화려한 깃털 때문이지요. 흰빛과 회갈색에만 찌든 겨울철, 자칫 색깔 결핍증에 걸리면 어쩌나 하고.ㅎㅎㅎ.... 근데 금색 광택이 나는 찬란한 깃털을 가진 덩치 큰 꽃미남은 수컷 이고요, 암컷은 어두운 잿빛 털에 수수한 촌 아낙네 같은 모습입니다. 꼭 장끼와 까투리 같다고나 할까요. 우는 소리도 달라 수컷은 꾸에꾸에하고 암컷은 꾸억꾸억하며 응답합니다. 원앙세계에서 짝을 선택하는 결정권은 암 컷에게 있지요. 4~7월 번식기가 되면 암컷 하나에 수컷 열마리 정도가 매달려 간택을 받기 위해 화려한 깃털을 펼치고, 짧은 목을 삐쭉삐쭉 올려 요란스레 날갯짓을 하는둥 온갖 재롱을 다 떤답니다. 짝없는 수컷들은 홀로 떠돌거나 수컷끼리 뭉쳐 놀고 암컷은 왼종일 알만 지키고....그래서 그런가요.유달리 화려한 수컷들만 상대적 으로 흔해보입니다.
◆ 원앙 좇아 다니다 또 한가지 들어 알게 됐네요.사실 원앙은 부부금슬이 좋은 게 아니랍니다.암수 다정히 꼭꼭 붙어다니는 건 짝짓기후 알 낳을 둥우리 지을 때까지이고, 암컷이 알을 낳고 나면 수컷은 곧 암컷을 떠나 다른 암컷과 어울리거나 무리에 휩싸여 지내거나 그런답니다. 한마디로 조금 살다 이혼하는 거고 수컷은 바람 둥이인 셈이지요. 어떤 이는 바람기라기 보다는 '워낙 화려하고 눈에 잘 띄는 외모 때문에 암컷과 같이 있다간 적에 쉽게 노출되어 알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래서 피한다.' 즉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 라고 해석하는 데 글쎄요...원앙도 멜로를 하는지... 속마음을 알 수 없으니... 어쨌거나 부부가 오래 안 지내는 건 분명해, 같이 살다 떨어지면 못 사는 기러기나 잉꼬하고는 비교가 안 되는 경우이지요. 예전 혼례식 때 깍아 놓은 목각도 그 게 원앙이 아니라 기러기랍니다. 원앙금침 원앙문양 다 화려한 것 말고는 특별한 의미 안 둬야겠네요.
※ 우리 궁궐인데... ※ ◆ 원앙 구경 실컷하고 북쪽 끝의 현대식 하얀 대온실 둘러 나오니 한편으론 겸연쩍다는 생각이 듭디다. 아직도 내겐 창경원하면 동물원 /식물원의 잔상이 남아 있질 않나 하구요. 고궁에 왔으면 무엇보다 궁궐을 음미해야지...... 춘당지 즐기거나 원앙 구경하러 창경궁에 들른 꼴이니......
그저 맘속이지만, 모든 이들이 웅장한 궁궐 보러 먼저 찾도록, 수년이 걸리든 수십년이 걸리든 창경궁이 꽉 짜인 문화유산으로 복구되었음 좋겠고, 지금 당장은... 쌓인 눈도 빨리 녹고 날씨도 화창해져서 파란 하늘과 더불어 즐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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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대규님의 댓글
김대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홍주 친구가 찍은
사진으로 보니
우리나라 궁궐이 참 멋지다.
원앙까지 같이 있으니
더 멋져 보인다.
추운 날씨에
사진 찍느라 수고 많았소.
그리고 고맙다.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겨울 틈타 궁월 여기저기 보수하고 단장하느라 분주합디다.
아마 봄되면 더 나아 보이겠지요.
사람들이 좀 더 붐볐으면 좋으련만...
일본 관광객이 자주 눈에 띄는 게
묘한 여운을 남기네요.
대박님도 틈나면 함 둘러오세요.
이동근님의 댓글
이동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가 며칠 걸려 만든 작품을
고작 20분에 끝낼려니 미안하구나
그래서 공부하고 마음을 정화하면서
두번이나 보았소
대단하오 이 강추위에 고맙소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하찮은 그림인데
너무 후하게 받아 주시네요.
고맙고 부끄럽소이다.
자주 안부 건네지 못해
미안하구려....
서성환님의 댓글
서성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원앙(숫놈)의 신세가 부럽다.
맑고 조용한 춘당지에서
암놈 거느리고 노니는 폼이
임금 못지가 않구나!
김홍주님의 댓글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창경궁 수컷들이
가끔 MT도 나간답니다.
날씨 좋으면 대학로 실개천으로 청계천으로...
재들도 서울 가 볼데 많다는 건 알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