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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11-22 03:27 조회5,056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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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산책길
♣ 지난 주말부터 무척 차가와지는 게 날씨가 완연 한겨울 같군요. 아마 첫 추위라 면역이 덜 되어 그렇겠지요. 지금을 늦가을이라 해야 할까, 아님 초겨울이라 해야 하나요? 하긴 입동도 열흘이나 지났으니 겨울 맞긴 하지만, 그렇다고 입춘 때가 어디 봄 같던가요? 아직도 11월인데, 하루라도 더 이 가을에 머물고 싶어져 해보는 얘깁니다. 요즘 며칠 간간이 가랑비 지나간 날도 있고, 칼바람 스치는 날도 있고, 바람 없는 맑은 하늘이라 반가와 문 열면 냉장고 여는 느낌 드는 날도 많군요. 갑자기 영하로 주저앉는 날씨만큼이나 바깥 풍광도 일시에 모습 바꾸는 게 못내 서운해 지기도 합니다.
♣ 그래도 또 서둘러 길을 나서 봅니다. 집사람 성화에 완전무장은 해야겠지요. 파카덮개 깊이 눌러쓰고, 마스크는 꼭 가리고,가죽장갑 끼고.....거울 보니,망또에 광선검만 갖추면 영락없는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 폼이군요. 뭐 관계없습니다. 밖에 나가면 그런 스타일 많데요. 그냥 무작정 나서기만 하면 되지요. 목적지 정할 필요도 없이 그저 길이 이끄는대로 걸음만 옮기면 됩니다. 어디엔가 아직 늦단풍이 남아 마지막 불꽃을 지피고 있겠지 하고.........하긴 없어도 그만이구요. 요즘은 길도 생명이 있는지 꼭 좋은 데만 골라 이끌고 가 줍디다.
Giovanni Marradi - Autumn Leaves (고엽) |
♣ 낙엽을 밟으며..... 간밤에 창밖이 스산하더니 낙엽 지는 소리였군요 어떻게 약속이나 한듯이 한꺼번에 몽땅 땅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떨어져 누운 잎새가 아직 싱싱한 걸로 봐 갑작스런 결정인 것 같군요.그랬겠지요. 나무도 생각을 한다는데 기왕 질거 치우는 아저씨 품이라도 덜어 주자 싶었는지, 아니면 몇 잎 남아 바둥거리며 '마지막 잎새' 운운하는 서글픈 센치 떠올리는 게 싫어서 그랬는지... 그래도 아쉽네요. 비 온 뒤 갑작스레 가버리는 것도, 떨어지면 그냥 쓸어 담아 버리는 것도 야속하고... 다 사라지기 전에 또 더 어둡게 변해가기 전에 아쉬운 모습 그림으로라도 남겨둡니다.
♣ 찬바람 이는 언덕에 오르면... 손끝은 아려도 언덕을 거닐면 마음이 후련해 집니다. 우선 탁 트인 하늘이 시원해서 좋고, 빨간 곳 노란 곳 때론 파란 곳 한 눈에 다 보여줘 좋고, 무엇보다 늘 올려다만 본 세상, 아래로 내려다 보는 통쾌함이 있어 기분 좋데요,
♣ 참나무 숲길에서... 상수리나 떡갈나무 숲은 화려하진 않아도 꼬불꼬불한 가지 모양새가 멋있고, 채색 없는 단풍도 늦게까지 남아 꼭 고향 같은 아늑한 운치를 줍디다, 참 지혜로운 나무라는 군요. 참나무 숲속길을 걷다보면 문득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 라는 책에서 본 도토리 얘기가 떠오릅니다. 요약하면 이런 거지요. ㅡ나무마다 다 자손 번식하는 노하우가 따로 있다. 사과는 과육만 먹고 속의 씨앗은 멀리 뱉아 버리라고 열매가 달고 맛있고, 밤은 먹는 부분이 바로 씨앗이기에 함부로 못 먹게 가시로 보호하고, 역시 먹는 부분이 씨앗인 도토리는 가시도 없어 맛이라도 떫은 게 무기다. 도토리 줍는 다람쥐는 사실 떫은 맛을 싫어 한다. 그래도 전분이 많아 좋은 식량이란 건 알기에, 다른 맛있는 게 흔한 가을엔 우선 그걸 먹고, 겨울 식량 떨어질 때 도토리라도 먹자 싶어 본능상 부지런히 주어다 여기 저기에 묻어 둔다. 그러다 막상 겨울 되면 자기가 묻어둔 곳을 까맣게 잊어버려, 겨울을 넘기고 봄이되면 땅에 묻힌 도토리는 어미나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싹이나 자라게 된다. 그게 다람쥐를 궤뚫어 보고 이용하는 참나무의 고단수 전략이다. 문제는 다람쥐가 아니라 떫은 맛도 우려내고 묵을 해 먹어버리는 사람들이다.ㅡ
♣ 내일이면 지고 말 마지막 열정을 아쉬워하며.. 팔각정 아래 단풍길을 잔차 동호인들이 찬 바람 가르며 한 바퀴 돌아 갑니다. 늦 단풍이 아직도 아름답게 남아 있네요. 역시 찬 바람 맞고 늦게 타는 단풍이 더 붉고 선명하군요. (지난 주말 모습이니 지금은 또 다르겠지요만.)
♣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먼데서 늪지 덤블 속을 살펴 봅니다. 성내천 늪지엔 청둥오리 왜가리 해오라기 백로 검둥오리 들이 찾아들어 모처럼 철새들 천국이라는데, 색깔이 덤불과 구별이 잘 안되는군요. 게다가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금새 날아가 버리니 다가 갈 수도 없고...줌 달린 큰 카메라가 좋으련만, 내건 담배갑만한 구닥다리 디카이니 원경이 잘 잡힐리가 없고... 그래서 숨바꼭질 하다시피 잡은 그림입니다. 숨은 그림 함 찾아보세요.ㅎㅎ 그래도 예외가 있네요. 큰 호수에 노닐던 청둥오리 세 놈이 피하지 않고 가까이와 포즈까지 잡아주니.... 하기야 요즘은 까치도 지가 집비둘기인 줄 알고, 비둘기는 지가 닭인 줄 알고, 꽃사슴은 지가 송아진 줄 알고, 호수아래 비단잉어는 사람 그림자따라 몰려다니고 하는 판이니, 야생 청둥오리도 지가 집오리로 착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좋은 현상인지... 좀 안쓰러운 모습들인지.......
♣ 늦가을 보슬비 즐기며... 초겨울 이지만 아직 단풍이 보이니 늦가을이라 여길라네요. 요 얼마전 가랑비 뿌리던 날 잡은 단풍입니다. 꽃이나 잎이 그렇듯 단풍도 비 맞은 뒤 물기 머금은 게 유난히 더 고와 보입디다. 먼지 씻겨 그런 건 아닐테고.ㅎㅎ...아무튼 즐기는 눈엔 그런 다행이 없데요..
산책길 지루하셨죠? 수고 많으셨습니다. |
댓글목록
이원표님의 댓글
이원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보고가요 요새 쌀쌀합디다
김사장 감기조심허셔
김종대님의 댓글
김종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잘 봤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