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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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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홍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09-09-29 19:44 조회6,4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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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를 떠나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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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짝 갠 초가을 하늘,  파아란 쪽빛 캔버스에 능소화 봉오라가 유난히도 붉게 그려졌다.
        9월도 저물어 가는 어느날, 아마 막내둥이들 몇 점 모여 마지막 고별 향연을 펼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난 능소화와 친해진 게 그리 오래지 않다.
       자랄 땐 우리 산골에서 한 포기 보지 못해 몰랐고, 바삐 살 땐 예쁘구나 정도지 관심 적어 남은 게 없는 때문이다.
       여기 이웃에 아주 잘 가꿔 놓은 군락이 있어,  보고 듣고 들추어 보며 알게 되고, 오가며 쉬며 친구 처럼 지냈다.
 
       그 능소화가 이제 몇 송이 안 남았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게 떨어져 가는 게 못내 아쉽다.
       간간이 담아둔 아름다운 모습 들추어 보며 추억 삼아 한 페이지 남겨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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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소화는 마지막 순간에도 기품이 있다.
        떨어져 갈 때를 알고, 초라하게 줄기 끝에 매달려 시들어 가는 모습 보이지도 않고,
        꽃잎 하나씩 흩날려 지며 시간 끌지도 않고, 아직 싱싱함이 남아 있을 때
        화관이 통채로 뚝 떨어져 흙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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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떨어잔 꽃송일 주워 모아 사진에 담아 봤다. 역시 어여쁨과 품위가 남아 있다.

    그래서 예부터 선비의 지조를 상징하는 '양반꽃'이라 하여 상민은 함부로 심지도 못하게 하였다던가...

    아무튼 동백꽃이 여인의 정절을 상징한다면, 능소화는 물러날 때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이는

    사내의 기백을 느끼게 해줘 더 사랑하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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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소화는 참 긴 세월 끈질기게 우리 곁을 지켜 주었다.
      비슷한 시기, 무궁화 백일홍과 더불어 7,8월 뙤약볕 아래서도 지루한 장마 속에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삶의 환희와 용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위 그림은 어느 진종일 궂은 비 내리는 날 흠뻑 젖은 꽃 모습이다.
      빗줄기 속에 모든게 뿌옇고 흐릿한데 유독 물머금은 능소화 꽃잎만 유독 더 붉게 눈길을 끌었다.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숨막히게 아름답고 힘있어 보이는 모습.
      그런 자태가 새삼 그리워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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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소화는 어쩌면 밤의 꽃인지도 모르겠다.
      자꾸만 줄어드는 게 아쉬워 밤 모습을 담아 보았는데
      역시 까만 밤에 비친 모습이 관능미에 더해 요염하기
      까하다. 
 
      왜 그런 느낌이 들까?  아마 흔히 들어 온 능소화에  
      얽힌 한맺힌 여인의 전설 때문이겠지. 이런 얘기 ㅡ
 
     ㅡ 옛날에 능소(또는 소화)라는 한 평민 출신 궁녀가
     있었다. 절세미인이라 우연히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
     밤을 지내고 빈의 자리에 올라 궁궐안에 별궁까지 마
     련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궁녀들의 시기어린 음모
     로 임금이  다시 찾아 오지 않게 되었고, 행여 오지않
     을까 매일매일 담장 넘어로 기웃거리며 기다리다 지
     쳐 끝내 상사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그후 그녀의 처소
     에는 넝쿨이 자라 담장을 타고 넘어가 화려한 나팔꽃
     모양의 꽃을 피웠는데 그모습이 담장을 기웃거리며
     귀를 곤두세우던 능소를 연상케한다하여 능소화라 부
     르게 되었다한다.
     기다림의 상징으로 담벼락이나 울타리 근처에 심는데
     오가는 나그네들한텐 더할 수없는 위안을 주는 꽃
     이기도 하다. 

    ㅡ  임금을 기다리다 지친 한이 서려서인지 꽃에 독성
     이 있어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능소화는 독성이 없는 꽃이란다. 단지, 갈고
     리같이 생긴 수술의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 면 잘 떨어
     져 나오지 않아, 계속 비빌 경우 염증이 생길 수 있다
     니 숫술은 조심해야겠다.
 
         꽃을 눈으로 보고 즐기기만 하지, 사랑스럽다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까진 가지 말자.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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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능소화는 아름답기만 한게 아니라 여러모로 쓸
    모도 많다. 검색한 자료를 정리해 보면.........
 
    ㅡ 오래전에 중국에서 들어와 사찰이나 정원의 고급
    관상수로 쓰임은 물론, 능소화 잎에서 추출한 염액은
    염색이 잘 되므로  염료 식물로도 이용할 수 있다.
 
     ㅡ 꽃, 뿌리, 잎 모두 약용으로 쓰인다.
       ◆ 꽃(능소화)
     ①7-9월 맑은 날을 골라서 막 피기 시작한 꽃을 채취 
      해서 햇볕에 말린다.
     ②약효 : 어혈을 풀어주고 피를 식혀주며 이뇨작용과
      통경작용을 한다.월경불순.무월경증.월경이 멈추지
      않는증세.산후출혈.대하증에 적용한다.
      그밖에 대소변을 보지 못하는증세.타박상.주부코(주
      독이올라 붉게된 코) 치료에도 쓰인다.
      말린약재를 1회에 2~3g씩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
      한다.타박상에는 약재를 달인물로 찜질해준다.
        ◆ 뿌리(자위근),잎(자위경엽)
    ①연중 수시로 채취한다.
    ②약효 :
凉血(양혈;피를 맑게 해줌), 祛風(거풍;풍사를
     내몰아줌), 散瘀(산어;어혈을 흩어줌)등 효능이 있다. 
    ③용법/용량 : 6-10g을 달여서 복용한다. 丸劑(환제),
    散劑(산제) 또는 술에 담가서 복용한다. 
       
      전문 한방용어라 뜻도 잘 모르겠지만 무어 대수랴.
      그저 능소화도 귀한 약재로 쓰이는구나 하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야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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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송이 남아 있던 능소화 봉오리가 떨어진다.

          먼저 떠나와 쌓인 형제들 곁에 누워 담담히 흙이 될 채비를 하고,

          남은 꽃자루만 허공에 떠 다음 차례 기다리는 모습이 어째 안스럽기도 하다. 

          이제 작별을 고해야겠다. 또 내년을 준비하는 저 잎사귀의 푸르름을 위안 삼으며

          훌훌 떠나 보내고 또 기다려 보자.

 

          아름답고 게다가 사연도 많은 꽃인만큼 시인들도 그냥 넘기질 못하는가 보다.

          꼭 내 맘 들킨 것 같은 시 몇 편 고르고, 그림 몇 장 정리하며 능소화 여운이라도 느껴 봐야지...

 

                                        능소화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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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 소 화 ㅡ 詩.동로수 鄭光德

한많은 기다림에 가슴알이 꽃이어라
하룻밤 화촉밝혀 한생을 피웠으니
등걸이 꽃꽃마다 님그리운 얼굴이네

구름에 해넣은듯 진분홍 꽃이어라
그리움 다져다져 상처내어 핏빛인가
못다한 저린한을 붉은물로 풀어냈나

바람에 떨어지니 네모습 처량하다
낙화된 그모습도 젊은꽃 그대로니
요절한 그녀모습 다시본듯 애접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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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소화 꽃가지 하나 ㅡ 詩. 이정자

그대 얼마나 그리웠으면
허공을 뻗어가는 저 열정 좀 봐

그대 얼마나 가 닿고 싶었으면
담장을 뛰어넘는 맨발의 저 여인 좀 봐

그대에게 이르는 길이 눈물인 줄도 모르고
죄인 줄도 모르고
뻗어가는 저 불의 여인 좀 봐
거칠 것 없는 저 능소화 꽃가지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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