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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316(굴비) -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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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자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3-03-26 03:07 조회11,5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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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


                                                        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 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 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 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이삭이 아직 패지는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내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였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에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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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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