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예상을 넘는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강규영(사진·59·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환경생명화학전공 교수)사업단장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았다.
이상한 일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경남 바이오비전 생물산업인력양성사업단’(이하 바이오사업단)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실시한 누리사업 2008년 연차평가에서 ‘우수 사업단’으로 선정됐다. 지난 2004년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이하 NURI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바이오사업단은 그동안 “지방대라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실제로 바이오사업단이 이번에 지급받는 추가 인센티브는 전체의 9.8%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이만하면 가시적인 성과는 이룰 만큼 이뤄놓은 상태다.
하지만 강 교수는 “예상보다 훨씬 잘되고 있으니 더 안타깝다”고 고개를 저었다. 내년 5월이면 지난 4년간 진행해 온 NURI 사업도 끝난다. 후속사업의 추진 여부조차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기왕 되는 거라면 연결이 됐으면…’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려면 보통 7년은 진행해야 되거든요. 정부가 누리사업 말고 다른 포맷을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어찌됐든 지방 교육을 살릴 수 있는 철학으로 접근했으면 합니다”
사업 선정 초기에는 기대만큼 걱정도 많았다. 지방대로써, ‘바이오’라는 특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배분할지도 고민이었다고. 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위력(?)을 발휘하면서 우려는 기대로 바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취업률, 그 중에서도 전공 취업률이다. 1차년도에 56.8%였던 전공 취업률은 3차년도에 무려 75.5%까지 올랐다. 전공관련자격증 건수가 102건에서 180건까지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수치다.
강 교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경상대와 인제대, 진주산업대, 창원대의 평균 교원확보율이 90.7%까지 올랐다”며 “단순히 수치를 떠나 바이오 분야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추구하는 교육 철학은 ‘다양성’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이 인재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지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험과학교실 프로그램 출신 학생 330명 중 70~80명이 바이오를 공부하기 위해 들어왔다. “그 정도 숫자면 대단한 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몸소 과학을 느낀 아이들이 이 길을 선택했다는 게 더 대단하단다.
“수도권과 지역의 교육 수준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느냐 못하느냐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지방의 교육은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인재를 확보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인재를 키워야 교육이 발전하는데, 밑도 끝도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교육도, 인재도 황폐화되기 십상이라는 게 강 교수의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들에 접근하는 강 교수의 해결 방식은 의외로 굉장히 솔직하다. “솔직히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갈 수 있는 학생들보다는 목표와 비전이 있는 학생들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적성을 알고 노력할 수 있는 인재들만 발굴할 수 있다면 지방 교육의 현실도 어두운 것만은 아니거든요”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NURI 사업 이전부터 줄곧 추진하고 있는 학교-지자체-기업 연계는 “가시적인 성과가 보여야 한다”는 제한 때문에 차질을 빚곤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일년 내내 변하지 않는 소나무가 되길 바라는 것 같다”는 강 교수의 말처럼 아직까지 다양성을 경계하고 있는 교육계의 인식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강 교수는 ‘개척’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잘 모르는 샛길이라며 외면하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은 끝까지 고집할 수 있는 그런 ‘배짱’이 지방을 살린다고. 지난 3년간 성공 가도를 달려온 바이오 사업단 역시 사업 기간이 끝나는 내년 5월, 다시 한번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앞으로 헤쳐 나갈 것이냐, 지금 서있는 이곳에 그대로 머물 것이냐. 강 교수는, 바이오 사업단은 분명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